3억원대 람보르기니 스포츠카가 업무용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법까지 바꿨지만… '무늬만 회사차' 다시 기승
1억원 이상 수입차 70%가 법인용
2억4900만원짜리 아우디 R8, 작년 팔린 43대 중 42대가 법인차
재규어 F타입·BMW M4쿠페… 초고가 차량 업무용 등록
탈세에 악용하는 관행 여전
구멍 뚫린 세법개정안
감가상각비 연 800만원 제한
사실상 실효성 없고 운행기록부 작성도 허위 많아
1억원 이상 수입차 70%가 법인용
2억4900만원짜리 아우디 R8, 작년 팔린 43대 중 42대가 법인차
재규어 F타입·BMW M4쿠페… 초고가 차량 업무용 등록
탈세에 악용하는 관행 여전
구멍 뚫린 세법개정안
감가상각비 연 800만원 제한
사실상 실효성 없고 운행기록부 작성도 허위 많아
작년 한 해 아우디의 고성능 스포츠카 R8은 총 43대가 팔렸다. R8은 국내 판매가격이 2억49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스포츠카다. 판매된 R8 가운데 개인등록 차량은 한 대뿐이다. 나머지 42대는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됐다. 고가 스포츠카가 회사 업무용 차량으로 판매·등록된 것이다. 국내 판매가격이 3억원대인 람보르기니의 고성능 스포츠카 우라칸 역시 지난해 판매된 11대 중 10대가 법인 구매 차량이다. 단순 업무용 차량이라고 보긴 힘들다. 고급 수입차를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해 절세 효과까지 누리는 ‘무늬만 회사차’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가 수입 법인차 다시 증가
지난해 팔린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2만3851대 중 70%가 넘는 1만6831대가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가격이 1억원 이상인 수입차 중 법인용으로 판매된 차량은 2015년 1만8370대에서 2016년 1만5103대로 3000대 이상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6년에 고가 수입 법인차가 줄어든 이유로는 세법개정안 시행이 꼽힌다. 정부는 2016년부터 법인차의 연간 감가상각액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해 1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기존엔 5년에 걸쳐 업무용 차 구입비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고, 연간 유지비도 제한 없이 비용처리할 수 있었다. 과세 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늬만 회사차’를 규제하기 위한 세법개정안을 시행하면서 2016년에 고가 수입 법인차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잠시 움츠러들었던 ‘무늬만 회사차’는 작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1억원 이상 수입차의 법인 판매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업무용’으로 보기 힘든 고급 스포츠카 중 상당수가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국내 판매가격이 세부모델별로 1억~2억원인 재규어의 고급 스포츠카 F-타입은 지난해 팔린 92대 중 80%가 넘는 75대가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BMW의 고성능 스포츠카 M4쿠페도 75% 이상이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됐다. 랜드로버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인 레인지로버의 1억원 이상 모델 역시 72%가 법인용 차량으로 판매됐다. 법인차 사적 이용 걸러낼 장치 없어
‘무늬만 회사차’가 증가하면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감가상각액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이를 넘는 금액은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법안 개정 초기에 논의되던 ‘감가상각액 총액 한도 설정’도 무산됐다. 10년이 지나면 남은 모든 금액을 감가상각비로 처리할 수 있어 연간 한도액을 제한한 의미가 실질적으로 없다는 지적이다. 기존에 5년에 걸쳐 처리하던 비용을 10년으로 기간만 늘려 처리하면 되는 셈이다.
운행일지 작성 의무 규정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운행일지를 수기로 작성하는 만큼 허위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고 진위를 검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입차 딜러들은 법망을 피해 고가 수입차를 법인용으로 구매하는 요령을 알려주면서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고급 스포츠카처럼 상식적으로 업무용차로 보기 힘든 수입차량의 법인 판매 비율이 높은 이유”라고 했다.
‘무늬만 회사차’를 막기 위한 선진국의 법망은 한국보다 촘촘하다. 캐나다는 차량 감가상각액을 계산할 때 최대 3만캐나다달러(약 2600만원)로 총액 한도를 설정해놓고 있다. 리스료는 대당 월 800캐나다달러(약 70만원)까지만 인정된다. 프랑스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수록 감가상각액 총액을 더 낮게 제한한다. 올해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51g을 넘을 경우 감가상각 인정액이 9900유로(약 1300만원)로 제한된다. 아우디의 R8은 여기에 해당돼 프랑스에서 법인용으로 등록해 비용처리할 수 있는 금액이 한국에 비해 훨씬 적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합법적 탈세 수단으로 여겨지는 법인차 비용처리 규정의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고가 수입 법인차 다시 증가
지난해 팔린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2만3851대 중 70%가 넘는 1만6831대가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가격이 1억원 이상인 수입차 중 법인용으로 판매된 차량은 2015년 1만8370대에서 2016년 1만5103대로 3000대 이상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6년에 고가 수입 법인차가 줄어든 이유로는 세법개정안 시행이 꼽힌다. 정부는 2016년부터 법인차의 연간 감가상각액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해 1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기존엔 5년에 걸쳐 업무용 차 구입비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고, 연간 유지비도 제한 없이 비용처리할 수 있었다. 과세 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늬만 회사차’를 규제하기 위한 세법개정안을 시행하면서 2016년에 고가 수입 법인차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잠시 움츠러들었던 ‘무늬만 회사차’는 작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1억원 이상 수입차의 법인 판매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업무용’으로 보기 힘든 고급 스포츠카 중 상당수가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국내 판매가격이 세부모델별로 1억~2억원인 재규어의 고급 스포츠카 F-타입은 지난해 팔린 92대 중 80%가 넘는 75대가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BMW의 고성능 스포츠카 M4쿠페도 75% 이상이 법인용 차량으로 등록됐다. 랜드로버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인 레인지로버의 1억원 이상 모델 역시 72%가 법인용 차량으로 판매됐다. 법인차 사적 이용 걸러낼 장치 없어
‘무늬만 회사차’가 증가하면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감가상각액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이를 넘는 금액은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법안 개정 초기에 논의되던 ‘감가상각액 총액 한도 설정’도 무산됐다. 10년이 지나면 남은 모든 금액을 감가상각비로 처리할 수 있어 연간 한도액을 제한한 의미가 실질적으로 없다는 지적이다. 기존에 5년에 걸쳐 처리하던 비용을 10년으로 기간만 늘려 처리하면 되는 셈이다.
운행일지 작성 의무 규정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운행일지를 수기로 작성하는 만큼 허위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고 진위를 검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입차 딜러들은 법망을 피해 고가 수입차를 법인용으로 구매하는 요령을 알려주면서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고급 스포츠카처럼 상식적으로 업무용차로 보기 힘든 수입차량의 법인 판매 비율이 높은 이유”라고 했다.
‘무늬만 회사차’를 막기 위한 선진국의 법망은 한국보다 촘촘하다. 캐나다는 차량 감가상각액을 계산할 때 최대 3만캐나다달러(약 2600만원)로 총액 한도를 설정해놓고 있다. 리스료는 대당 월 800캐나다달러(약 70만원)까지만 인정된다. 프랑스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수록 감가상각액 총액을 더 낮게 제한한다. 올해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51g을 넘을 경우 감가상각 인정액이 9900유로(약 1300만원)로 제한된다. 아우디의 R8은 여기에 해당돼 프랑스에서 법인용으로 등록해 비용처리할 수 있는 금액이 한국에 비해 훨씬 적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합법적 탈세 수단으로 여겨지는 법인차 비용처리 규정의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