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펀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ETF 자문 포트폴리오(EMP) 펀드’로 불리는 상품이다. 일반적인 펀드가 주식이나 채권, 실물자산 등에 투자한다면 EMP펀드는 ETF에 투자해 돈을 불린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 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EMP 펀드 쏟아져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 설정된 EMP펀드는 7개다. 2016년 KB자산운용이 처음 EMP 공모펀드를 내놓은 뒤 지난해 3개 상품을 추가로 선보였다. 올해는 두 달 만에 시장에 나와 있는 EMP펀드보다 많은 신상품이 쏟아졌다.

EMP펀드 출시에 적극적인 곳은 다양한 ETF 라인업을 갖춘 대형 운용사다. 자신들이 내놓은 ETF를 EMP펀드에 담으면 펀드 운용보수와 ETF 수수료를 동시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EMP펀드에 꽂힌 운용사들… 판매 경쟁 불붙었다
ETF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내놓은 ‘삼성 글로벌ETF로테이션’은 출시 후 219억원을 모았다. 국내에 출시된 EMP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미래에셋 AI스마트베타’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엔 일부 기존 펀드를 EMP 상품으로 바꿨다.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인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비롯해 ‘다양한 기회포착’ 펀드 시리즈를 ETF를 활용해 운용한다.

곧 판매를 시작할 상품도 대기 중이다. KB자산운용은 28일 ‘KB KoVIC’펀드를 내놓는다. 한국 베트남 인도 중국 시장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스마트베타 ETF를 활용해 가치주에 투자하는 EMP펀드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판매처인 증권사들도 EMP 펀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매달 일정액을 펀드에 넣는 적립식 투자를 추천하면서 투자할 만한 상품으로 EMP펀드를 권하고 있다. ‘KB 스타트업액티브아시아EMP’ ‘DB 스타트업글로벌4차산업EMP’ 펀드가 대표적이다.

◆“수수료 싸고 자산배분 쉬워”

EMP펀드가 각광받는 이유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운용이 간편해서다. 공모펀드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연평균 수수료율은 1.29%지만 주식형 ETF는 0.33%다. EMP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주기적으로 ETF 비중을 조정해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붙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자산배분이 쉽고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EMP는 개별 자산을 사고팔 때보다 어떤 자산에 자금이 투자돼 있는지 파악하기 쉽고 매매가 간편하다”며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대응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기관투자가들도 EMP 투자에 적극적이다. 국내 연기금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EMP펀드에 1000억원을 공식 집행한 공무원연금은 최근 1000억원을 더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도 EMP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공제회뿐 아니라 보험사 은행 등도 내부 자금을 EMP로 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대형 운용사는 회사별로 4000억~6000억원의 기관 자금을 위탁받아 EMP로 운용하고 있다.

■ EMP펀드

ETF 자문 포트폴리오(EMP·ETF managed portfolio).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으로 운용하는 펀드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