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그레고아 리보디 IDQ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인수 계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그레고아 리보디 IDQ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인수 계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스위스의 IDQ를 인수한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quantum)의 특성을 이용한 통신기술로 3자가 중간에서 정보를 가로채려 할 때 송수신자가 이를 알 수 있어 해킹(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앞서 안전한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SK텔레콤은 IDQ 지분을 50% 이상 취득해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인수 대금은 약 700억원이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의 현물출자를 하는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올해 상반기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세 지분율은 양사 간 협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인수는 해외 통신 강국들과의 양자암호통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의 특성을 이용해 도청 불가능한 암호키를 생성, 송신자와 수신자 양쪽에 나눠주는 통신기술이다. 암호키를 가진 송신자, 수신자만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할 수 있어 현존 통신기술 가운데 보안 수준이 가장 높다.

통신업계는 인텔, IBM, 구글, MS 등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가 수년 내 상용화되면 기존 통신망의 암호체계가 해킹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의 해결책으로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에 주목하고 있다.

IDQ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업체로 2001년 설립됐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출시했고 2006년 세계 최초로 양자키분배(QKD) 서비스를 내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DQ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한 세계 매출과 특허 보유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라며 “10~20년 경력을 쌓은 3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IDQ 인수로 양자암호통신 사업에서 상승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양자응용기술 특허와 통신망 운용 역량을 갖추고 있고 IDQ는 양자원천기술 특허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IDQ에 25억원을 투자해 양자난수생성 칩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수를 발판 삼아 IDQ가 그동안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해온 북미, 유럽, 중동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세계 양자암호통신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26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르셀로나=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