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3만여 개 주유소에 전기·수소 충전소를 병행 설치할 수 있도록 시설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전기자동차(EV)와 수소연료전기차(FCV) 보급을 촉진해 미래 친환경차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전략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그동안 안전을 이유로 주유소에서 최소 10m 이상 떨어진 곳에 전기차·수소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소방법 규정부터 손보기로 했다.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어렵게 하는 안전 감독관 배치 등 20여 개 설치·운영 규제도 풀 계획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은 전기차·수소차 충전시설 확충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 수요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예상보다 빨리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 정부는 테슬라 GM 포드 등 민간 기업과 별개로, 45억달러(약 5조원) 예산을 들여 1만6000개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비야디(BYD)를 앞세워 세계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은 2020년까지 480만 개의 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소차 충전소도 정부가 건설비의 60%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2020년까지 10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벤츠, BMW, 폭스바겐 등이 각국 정부 지원을 받아 충전소를 공동 설치하고 있다.

세계 각국과의 친환경차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도 인프라 확충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기차 충전소는 현재 3400곳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소차 충전소는 11개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5개는 연구용이다. 서울에 있는 2개 충전소조차도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설치 간격을 띄우도록 한 법규로 인해 기존 주유소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가 힘들다. 일본처럼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과 소방법 등의 규정을 완화해 수소·주유소 복합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강원 평창에 이동식 수소충전소가 등장했지만, 관련 법규정이 없어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수소차 대중화와 충전소 보급을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을 벌이고 있는 사이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