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사진)을 이날 저녁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방카 고문과의 만찬을 계기로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이방카 고문이 23일 대통령을 예방하고 상춘재에서 만찬을 한다”고 밝혔다. 상춘재는 청와대 경내에 있는 한옥 건물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국빈 방한했을 때도 찾았던 곳이다. 이 관계자는 “상춘재 만찬은 정상급으로 예우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방카 고문이 이끄는 평창올림픽 폐회식 고위급 대표단에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 전 봅슬레이 미국 국가대표 선수이자 현역 군인인 쇼나 로복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방카 고문이 ‘대북 메시지’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큰 만큼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 북·미 대화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만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특사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서울 회동이 성사 직전에 무산된 지 불과 2주 만이라는 점에서 북·미 대화 재추진을 위한 양국 간 긴밀한 의견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방카,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 "북미대화 중대 분기점 맞아"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북·미 간 대화를 위해 분위기가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며 “대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용을 가지고 대화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 대통령이 이방카 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에 대한 의중을 파악하는 한편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을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발표한 북측 대표단과 미국 측과의 접촉은 물론 중재자 역할을 할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측이)지난번 만남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상호 상황인식을 하고 돌아갔다”며 “지금 당장 그걸 극복해서 (다시 접촉을) 한다든지 할 가능성은 없고 한국 정부가 중재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이방카 고문과의 회동을 통해 확인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토대로 정상 통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방카 고문의 방한과 북한 문제와의 연계 가능성을 차단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 정부는 이방카 고문이 방한 기간에 북한 문제에 어떤 관심도 집중할 계획이 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방카 고문 역시 성명을 내고 “올림픽 폐막식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게 돼 영광”이라며 “우리는 미국 선수단과 선수들의 성취를 축하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