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회식 공연 연습 돌입…"너무 추웠지만 행복했어요"
평창올림픽 개회식 때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3만5천 명의 관객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다섯 아이들.

실제로 만나 보니 여느 아이들처럼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같아 보였다.

아이들은 특별히 섭외한 수호랑을 보고선 열광했다.

18일 미디어 인터뷰를 위해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찾은 최승(12), 김에이미(12), 김정철(11), 김지우(9), 방윤하(9) 등 다섯 아이들이 앞다퉈 풀어놓는 개회식 공연과 준비 과정의 얘기들은 흥미진진했다.

개회식 당일 관람석에서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나 공연 당일 많이 춥지 않았냐고 입을 떼자, 다섯 아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그때는 그나마 덜 추웠어요"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연습 때 추위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짐작이 갔다.

극중 지혜로운 '푸리' 역을 맡았던 정철이가 "워낙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고 하자, 웃음기 가득한 '비채' 역할을 했던, 볼이 통통한 지우가 "얼굴이 아플 정도로 추웠다"고 맞장구를 쳤다.

부모들 말로는 워낙 추워서 볼이 빨갛게 터고 갈라질 정도였다고 했다.
작년 2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아이들은 개회식용 영상을 몇 차례 촬영한 뒤 지난 1월 초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본격적인 개회식 공연 준비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러다 1월 하순부터는 3주 정도 온 가족이 봉평 펜션에서 합숙하면서 개회식장에 붙어 매일 8~9시간가량 연습했다고 한다.

개회식 공연 때 인면조, 웅녀, 백호, 무희들과 섞여 큰 원형 무대를 헤집고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자연스럽고 천진난만한 연기가, 사실은 한 동작 한 동작을 초 단위로 끊어서 수십 번씩 반복 연습한 결과라고 했다.

특히 마지막까지도 더 나은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어렵게 외운 동작을 고치고 또 고치는 바람에 아이들이 지루해할 틈이 없었단다.

하지만 지난 고생을 다 잊은 듯 쾌활하고 즐거운 아이들에게선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큰 행사에 참여한 데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올림픽 개회식에 주인공으로 참여한 데 대해, 아이들은 "꿈만 같고 너무 행복하다"고 얘기했다.

극중 리더인 '아라' 역을 했던 에이미는 "오디션을 볼 때는 몰랐는데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했다.

극중 든든한 맏형인 '해나래' 역을 맡았던 승이는 "저는 올림픽이 그냥 운동하고 메달을 따는 그런 행사로 알았는데, 이번 공연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인이 모여 같이 즐기는 축제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번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게 된 것에도 관심을 보였다.

극중 호기심 많은 막내인 '누리' 역을 한 윤하는 "북한 선수들이 온다고 했을 때 약간 무섭기도 했는데 실제로 보니 똑같은 우리나라 사람이었다"고 했다.

지우는 "남북한 공동 입장 때 막 싸울까 봐 불안했는데 너무 재밌고 좋았다"고 말했다.

개회식 이후 주변 사람들 반응을 묻자, 정철이는 "제가 맞다고 하는 데도 아직도 (출연 사실을) 안 믿는 친구들이 있다"며 웃었다.

개회식 때 실수한 건 없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다 잘한 거 같다"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나중에 부모들에게 물었더니 개회식 당일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없지 않았다.

아이들은 공연하면서 인이어 이어폰을 착용했는데, 개회식 20분을 남겨놓고 중이염 수술을 받았던 에이미의 귀에서 출혈이 생기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무대에선 잘 참고 맡은 역할을 소화해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고 한다.

승이는 연습 기간 내내 감기 기운이 있어서 매일 밤 약을 먹고 잤는데 다행히 개회식 날은 컨디션이 호전됐다고 했다.

공연 도중 TV 화면에는 안 잡혔어도 정철이의 파란 모자가 벗겨지는 일이 있었는데 위기를 잘 넘겼다고 했다.

개회식 때 화제가 된 인면조에 대한 반응을 물었더니 리허설 때부터 단연 화제였다고 했다.

처음 봤을 때 인상이 너무 무서워 꿈을 꾼 아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끌리는 무언가가 있어 나중엔 출연진 모두가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아이들인 만큼 연기나 연예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미 아역 배우나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아이도 있었다.

윤아는 롤모델로 배우 송혜교를 꼽기도 했다.

아이들은 폐회식 출연 소식을 최근에 들은 듯했다.

개회식이 마지막인 줄 알아던 아이들은 다시 함께 무대에 서게 된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미는 "폐회식에도 나간다는 얘길 듣고 기뻤다"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아는 "올림픽이 끝까지 잘 돼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풍이라도 나온 듯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은 또다시 25일 열리는 평창올림픽 폐회식 공연을 위해 1주일간의 연습에 들어갔다.

개회식에서 아이들은 전 세계 시청자와 관객들을 평화를 찾아가는 판타지 동화 속으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했다.

폐회식에선 어떤 이야기가 필쳐질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