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화 내용 최종 판단은 대중 몫"
'김광석'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 '서해순 비방금지'는 인용
가수 고(故)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 씨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여 고발뉴스 이상호 씨와 김광석의 형 김광복 씨에게 '서씨를 비방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법원은 영화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문광섭 수석부장판사)는 서씨가 고발뉴스와 이씨, 김씨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씨와 김씨, 고발뉴스는 서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김광석이 타살됐고 서씨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표현, 서씨가 딸 서연 양을 방치해 죽게 했고 소송 사기를 했다는 표현을 쓸 수 없다.

이씨 등은 서씨가 강압적으로 김광석의 저작권을 시댁에서 빼앗았다는 표현이나 서씨가 영아살해를 했다는 표현, 서씨를 '악마'로 지칭하는 표현도 사용할 수 없다.

재판부는 "부검 결과 사인이 액사(縊死·목을 매 숨짐)로 판단됐고 현재까지 이를 뒤집을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통상적이고 합리적 수준의 의혹 제기를 넘어 김광석의 사인이 타살이고 서씨가 살인 혐의자라고 단정적으로 인상을 짓는 것은 서씨의 명예권(인격권)을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서씨가 서연양을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했거나 소송 사기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강압으로 저작권을 빼앗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화 '김광석'의 극장 및 TV, 유선 방송, 인터넷TV(IPTV) 상영, DVD와 비디오테이프 제작을 금지해달라는 서씨의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가 영화 '김광석'의 감독일 뿐 모든 지적 재산권을 영화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보이고, 이씨에게 이 영화를 상영·판매·배포·삭제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래 김광석의 사망 원인에 의문이 제기됐던 것은 사실이고, 이는 대중의 일반적인 관심사"라며 "대중이 논리적 타당성과 수사·본안소송 등 공적 절차 결과를 종합해 영화 내용에 관해 최종 판단을 내리도록 맡겨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서씨 측 대리인인 박훈 변호사는 "(김광석 타살 의혹 등을) 허위사실로 판단해 이에 대한 내용 유포를 금지하는 마당에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를 상영 금지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 줄타기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씨는 영화 '김광석' 등에서 서씨가 김광석과 딸 서연 양을 일부러 사망하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고발뉴스에서 이 같은 의혹을 보도했다.

또 김씨는 '서씨가 서연 양을 일부러 사망케 하고, 딸 사망 사실을 숨겨 저작권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며 서씨를 유기치사·사기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서씨는 유기치사와 사기 모두 무혐의 결론을 받았고, 서씨는 이씨와 김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동시에 민사 손해배상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