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YUNDAI)’ 상표가 붙은 스마트폰과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중동과 중남미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가 1989년부터 현지에서 쌓아올린 명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종합상사를 자회사로 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지난해 ‘현대’ 브랜드 상표권 수익으로 200억원 가까이 벌었다. 이 회사는 2007년 당시 하이닉스로부터 전자·정보통신제품용 현대 상표권을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범(汎)현대가 기업 간에는 현대 브랜드가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되지만 수출용 전자제품에 한해선 이 상표권을 현대코퍼레이션이 독점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가전제품부터 소형 건설장비, 전동공구, 조명에 이르기까지 국내 197건, 해외 1511건의 현대 관련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 브랜드 가전제품은 이란 이스라엘 쿠웨이트 등 중동과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에서 안정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전자가 1989년부터 이 지역에 가전제품을 수출하면서 오랜 기간 현지에서 품질과 서비스 신뢰도가 쌓였다”며 “현대 상표만 부착해도 제품이 잘 팔려 상표권을 요청하는 현지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이 현지에서 명성을 떨치면서 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의 현대 상표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2002년 당시 하이닉스가 가전사업을 중단했지만 중동지역 바이어로부터 현대 상표를 단 가전제품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자 상표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제조업체를 발굴해 현대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사업도 벌이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2016년 3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계열분리했으며 오너인 정몽혁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 번째 동생인 정신영 씨의 장남이다. 지주회사 격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브랜드, 수입육 유통사업을 기반으로 망고농장, 패션사업 등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