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전시한다는 건 세상을 향해 말할 기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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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매서운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옆에 블랙홀처럼 짙은, 정체 모를 한 덩어리의 어둠이 눈을 사로잡았다.

다가갈수록 새까맣고 움푹한 외벽에 점점이 밝힌 날 선 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별이었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아시프 칸(39)이 신작 '유니버스(Universe)'를 겨울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평창에서 선보였다.

'유니버스'는 모든 생명과 에너지의 원천인 우주와 그 우주의 75%를 채우고 있는 미래 에너지 수소를 형상화했다.

건축 면적 1천225㎡(약 370평), 높이 10m 규모의 파빌리온으로 외벽 4개 면이 우주를 상징하는 파사드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 "지구 위에서 가장 어둡다"라고 표현할 만큼 새까만 바탕 위에 1천946개의 LED 기둥이 꽂혀, 허공을 향해 솟아올라 있다.

대낮임에도 멀리서 다가오면서 어두운 우주에 떠다니는 별들을 상상할 수 있다.

이 같은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빛을 99% 흡수하는 특수한 안료를 표면 소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소재는 너무 어두워 맨눈으로 봐선 평면의 굴곡조차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우주의 별이 관측자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이듯 작품은 관람자와의 거리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유니버스'는 오각형의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오른편에 서 있다.
평창에 내려앉은 우주… 아시프 칸 신작 '유니버스'
어두운 우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환한 빛의 세계가 펼쳐진다.

아시프 칸의 두 번째 신작 '워터(Water)'다.

미래 사회, 미래 모빌리티의 씨앗을 물방울로 형상화했다.

사방과 천장, 바닥이 모두 새하얀 방에서 2만5천 개의 물방울이 센서에 의해 수백 미터의 대리석 수로를 따라 움직인다.

아시프 칸은 12일 평창 AM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의 공간은 좀 더 자연 친화적이어야 하고 우리가 본래 갖고 있던 감각을 더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밤하늘을 땅 위로 가져온 것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연결하면서 이런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에서 전시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향해 말할 기회"라며 "쿠베르탱은 사람들이 서로 경험을 나눔으로써 유대관계가 강해진다고 믿었다.

건축과 디자인이 음악, 스포츠, 예술처럼 사람들이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만드는 매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시프 칸은 대지미술, 설치미술, 건축, 산업 디자인, 가구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품들로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기술, 신소재, 자연, 인간의 감각을 활용해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공간을 디자인해왔다.
평창에 내려앉은 우주… 아시프 칸 신작 '유니버스'
2011년 뉴욕타임스에 의해 '주목할 디자이너 5명'에 포함됐으며, 마이애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미래의 디자이너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선보인 '코카콜라 비트박스', 2016년 런던 켄싱턴 가든에 설치됐던 '서펜타인 갤러리 써머 파빌리온'과 런던 디자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MINI 파빌리온' 등이 있다.

'유니버스'는 평창올림픽 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제작됐으며, 올림픽 기간 중 차세대 수소 전기차를 알리는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전시관)으로 사용된다.

'워터' 공간을 빠져나오면 4개의 각각 다른 소재와 감각적인 색으로 구성돼 수소 전기차의 구동 원리를 4단계로 체험할 수 있는 '하이드로젠'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전시관은 올림픽이 열리는 2월 9~25일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3월 9~18일 운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