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204표로 가결됐습니다.”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언한 15일 오후 5시께, 200만 명(경찰 추산 20만 명)의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에선 ‘위대한 국민’ ‘위대한 촛불 만세’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가결 이후 촛불집회는 ‘탄핵 축하 문화제’로 바뀌었다. 새로운 민중가요로 떠오른 ‘버터플라이’ ‘다시만난세계’가 연이어 흘러나왔고 ‘K팝 콘서트장’으로 변한 자리에서 시민들은 ‘탄핵봉’으로 이름 붙은 형형색색 응원봉을 흔들며 춤을 췄다.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는 직장인 김승우 씨(54)는 “헌정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을 시민의 힘으로 내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정치인들이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지난 3일 계엄군의 국회 침입을 막아낸 시민들은 이날까지 11일간 여의도에 모였다. 처음엔 엄숙하던 촛불은 곧 아이돌 응원봉으로 바뀌었고, 흥겨운 탄핵 촉구 축제가 됐다. 시민들이 집회에 참가한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장년은 ‘청년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청년들은 ‘응원하는 아이돌에게 좋은 세상 만들어주겠다’는 이유로 희망을 외쳤다. 대학생 박선영 씨(23)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며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평온한 일상이 언제든 파괴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고, 자영업자 정호남 씨(55)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를 보고 투표했는데, 설마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밀 줄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국민과 정치권의 시선은 헌법재판소로 쏠린다. 헌재의 탄핵안 심리가 얼마나 속도를 내는지에 따라 윤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대선 일정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례에 비춰 2~3개월이면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윤 대통령이 ‘결사항전’을 선언한 만큼 법정 심리 기간인 6개월을 꽉 채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헌재 결정, 언제쯤 날까이날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탄핵소추의결서를 내면서 탄핵안에는 ‘헌나’로 시작되는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윤 대통령에게 답변서 제출이 요구됐다. 헌재는 수일 내로 무작위 전자 배당을 통해 주심 재판관을 정해 재판부 전체가 참여하는 심리를 시작한다.변수는 헌재 재판관 정원 9명 중 6명만 재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재법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6인 체제는 심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결론까지 내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여야는 이르면 오는 18일부터 신임 헌재 재판관 3명 의 인사청문회를 열고 이달 말까지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이다.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담화를 통해 ‘탄핵안 가결 시 헌재에서 적극적으로 법리 공방을 벌이겠다’고 밝힌 점도 헌재 탄핵 심판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탄핵과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헌재법 제51조를 활용해 헌재 심리 자체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최서원 씨 형사재판 결과가 나
같은 시간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선 침묵이 흘렀고, 이내 분노가 터져나왔다. 광화문부터 대한문까지를 채운 20만 명(경찰 추산 3만 명)의 시민들은 ‘대통령님은 부정선거 꼭 밝히세요’ ‘배신자 국힘(국민의힘) 다 사퇴하라’ ‘사기 탄핵은 무효’라고 외쳤다. 경기 구리시에서 왔다는 30대 여성 권모 씨는 “대한민국 미래가 암울해졌다”며 울먹였다.윤 대통령이 걱정돼 광화문 집회에 왔다는 박모 씨(70대)는 “정치 경험이 없는 대통령을 두고 민주당은 협치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전혀 일할 수 없게 만든 게 문제”라고 소리쳤다. 그는 “40대 교사인 딸과는 생각이 달라 말을 섞지 않는다”고도 했다. 광화문 보수집회 현장에선 여전히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4·15 총선 부정선거설’과 함께 ‘계엄군이 민주당을 쓸어버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했다.인천에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는 김영숙 씨(72)는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밉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와야 최종 탄핵이 되는 만큼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정희원/조철오/최해련/오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