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9일 강원 용평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뒤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  /평창=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명박 전 대통령이 9일 강원 용평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뒤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 /평창=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등 정치권 관계자들은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총집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개회식에 참석하며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하며 온 국민이 준비해온 지구촌 축제가 성공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망이 측근들로 좁혀오면서 불참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참석 의지가 워낙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를 놓고 전·현 정권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초청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 때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문 대통령을 만났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낮 12시 국회 사랑재에서 평창올림픽 참석을 위해 방한한, 한국과 인연이 있는 여러 국가 의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의회 차원의 올림픽 외교를 자청했다. 오후에는 평창으로 이동해 대통령 주최 리셉션과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다. 정 의장은 10일 오전 이번 올림픽에서 첫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컬링 믹스더블 경기 한국과 러시아의 예선전도 관람할 계획이다.

여야 지도부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면서도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40여 명의 의원이 개회식에 참석하며 올림픽 열기 띄우기에 집중했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8일 강릉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올림픽 일정에 들어갔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은 동계올림픽 성공을 염원하는 국민의 하나된 힘을 바탕으로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대회 진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어렵게 재개된 남북 대화의 문을 활짝 열고 평창을 세계 최대의 평화외교 무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올림픽이 북한의 체제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평양올림픽’ 공세를 이어갔다. 개회식 참석 인원도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일부 지도부로 최소화했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평양올림픽으로 둔갑한 우리의 평창올림픽이 개막하는 날”이라며 “개회식에 참가는 하지만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폭압적인 북한 독재 정권은 국제적인 고립에 처해 있어 더 이상 생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을 경계했다.

개회식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나란히 참석했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과 소속 위원 29명 전원도 평창을 찾았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