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 줄기세포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제공
메디포스트 줄기세포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각기 차별화된 전략으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기간과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기술이전과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 현지 임상 봇물

메디포스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의 임상을 승인받았다고 5일 발표했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임상에서 성과를 내면서 미국 시장을 타진하고 나섰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한국에서 진행된 임상이 순조로웠다”며 “이미 미국에서 두 건의 임상시험 경험도 있어 이번 임상 역시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술 이전·현지법인 설립… K바이오, 500조 미국시장 '정조준'
티슈진, 한미약품, 바이로메드 등도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티슈진은 이르면 4월 말께 미국에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로메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현지 법인 설립해 역량 강화

바이오 기업인 제넥신과 레고켐바이오도 현지 법인을 설립해 미국에서 의약품 개발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및 자금조달 능력을 끌어올렸다.

레고켐바이오는 2016년 미국 항생제 전문가들과 ‘검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창업주인 더크 타이는 FDA에서 6개의 항생제를 허가받은 관련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레고켐바이오는 또 회사가 발굴한 항생제 후보물질 2개를 검 테라퓨틱스에 기술수출해 임상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레고켐은 후보물질 도출은 잘하지만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데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미국에서 개발하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합작사에 출자한 이유”라고 했다. 국내 개발 의약품을 낮게 보는 시각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제넥신은 2016년 설립한 네오이뮨텍을 통해 면역항암제 ‘하이루킨’의 미국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제넥신은 2015년 네오이뮨텍에 하이루킨의 북미 권리를 이전했고, 네오이뮨텍은 현지에서 활동하며 미국 정부기관과 공동 개발을 협의 중이다. 동아에스티도 천연물 의약품 개발 전문가인 로이 프리먼이 설립한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당뇨병성신경병증과 치매 치료제 2개를 넘겨 미국에서의 개발을 맡겼다.

◆개발은 직접, 판매는 글로벌 기업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판매는 현지 영업망이 강한 글로벌 기업들을 통하고 있다. 수익을 일부 나누더라도 시장에 빨리 침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 ‘램시마’의 유럽 판매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유럽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는 지난해 유럽에서 2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후속 주자들은 램시마를 따라잡는 데 버거워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판매사로 화이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MSD를 택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 13개가 개발한 의약품 후보물질이 미국에서 임상을 하고 있다. 김영찬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회장은 “성공적인 미국 진입을 위해서는 시장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임상 결과치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 설정은 필수”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