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이다. 그만큼 숫자가 늘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작년에 유학생 증가율이 1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증가세다. ‘한류’ 열풍과 대학들의 적극적인 유학생 유입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 학생들에게 유학지로 그리 높은 평가를 못 받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외국인 유학생 12만여명… 3년째 급증한 까닭
◆3년 연속 외국인 유학생 증가

5일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 등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작년 4월 기준)는 12만3858명이다. 전년 대비 18.8% 늘었다. 10년 전인 2007년(4만9270명)과 비교하면 2.5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유학생 규모는 2011년을 정점으로 2014년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 2015년 증가세로 돌아서 이듬해 10만 명을 넘어섰고, 작년까지 3년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국적도 다양해졌다. 1000명 이상을 보낸 나라의 수가 2007년엔 6개국(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미국, 대만)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12개국으로 불어났다. 우즈베키스탄, 프랑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러시아 등이 추가된 결과다. 캐나다(928명), 독일(877명)도 1000명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TV에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이 등장한 배경이다.

유학생 증가 원인으로는 대학들의 생존 열망이 첫 번째로 꼽힌다. ‘인구절벽’으로 신입생 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데다 정부의 오랜 ‘반값 등록금’ 정책 탓에 해외로 눈을 돌렸다는 얘기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이 유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트남, 몽골 등 개발도상국 출신 유학생이 많아진 이유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한류 바람도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외화내빈…“한국은 여전히 2류 유학지”

급증세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외국인 유학생 사이에선 ‘2류’ 혹은 ‘3류’로 취급된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베트남만 해도 우수 고교의 상위권 졸업생 중 30%가 영미권 주요 대학이나 일본, 호주 대학에 지원한다”며 “한국은 과열 경쟁을 하다 보니 과장광고가 만연하고 이에 따른 피해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재정난에 시달리다 보니 유학생 유치에만 매달리고, 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많다. 수도권의 A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유학생은 “포스터에 붙은 캠퍼스 전경과 실제가 너무 다르다”며 “영어나 중국어 강의도 별로 없어 유학생 사이에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정 한양대 교수는 “취업과 연계한 유학생 유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학생 증가세 지속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인 유학생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오랜 준비가 필요한 유학의 특성상 작년까진 중국인 유학생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드 여파는 앞으로 몇 년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절벽’이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본,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등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선진국들이 각종 유인책을 제시하며 유학생을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호주는 2008년에 전체 대학 재적생 98만 명 중 13만 명이 외국인이었다. 일본도 10년 전에 ‘2020년까지 유학생 30만 명 유치’ 계획을 발표해 25만 명(작년 말)을 넘어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