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한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미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올림픽 참가를 시사한 북한의 깜짝 제안과 여기에 대한 한국의 개방적인 태도가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긴장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이런 제안을 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진이 어떻게 화답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미국 정부와는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WSJ는 "한국이 북한에 접근하면서 미국을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한 것이 '어떠한 선제 대북 군사행동도 우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거듭된 요구와 맞물려 미국의 관료들을 특히 실망시켰다"고 전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관들이 한국 정부의 카운터파트에 그들이 느낀 불만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동계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응해 신속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미 대사관에 설명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국정연설에서 남북대화와 그 성과를 언급하지 않고 강경한 대북제재만을 강조한 것 역시 양국 간 견해차가 공개적으로 노출된 사례라고 WSJ는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놓고서도 백악관은 그의 호전적인 발언에 충격을 받은 반면, 청와대는 북한의 틀에 박힌 호전적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대신 올림픽 참가 시사에 고무되는 등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고 WSJ는 보도했다.
물론 적전 분열을 보이지 않기 위해 한미 공조를 다지는 노력도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남북대화 재개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달 중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고 지속적인 대북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이간질 시도에 맞서 단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이 공격형 잠수함인 USS 텍사스의 2월 한국 입항 계획을 취소하고 한국 선수들의 마식령 스키장 훈련을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 또한 남북 화해무드를 깨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탈북자들과의 면담에서 문 대통령과의 직전 통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과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 북한 인권을 발표문에 포함하지 않은 청와대와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미 외교 문제에 정통한 한 관료는 WSJ에 "오늘날 우리(한미)는 좋은 관계"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그리고 올림픽 이후에 우리가 관리해야 할 많은 정책적 시험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