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에 의한 끔찍한 학대 사건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가 낳은 자식한테 그럴 수 있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통념과 달리 아동학대 가해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친부모다. 2016년 발생한 1만8700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전체 아동학대의 80.5%에 이른다고 한다.

다수의 평범한 부모는 언론에 보도되는 극단적 폭력만 보고 “나는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라는 책을 보다가 아내가 “나는 너희들 키우면서 때린 적은 없지?”라고 묻자 아들이 “온갖 걸로 맞았는데요”라고 답한다. 아내는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가해자는 기억을 못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상처가 남은 것이다. 그 책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인도견 훈련 매뉴얼 첫머리에 강조되는 것이 ‘절대 때리지 마라’란다. 잘못하면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해야지 때려서는 어떤 훈련도 시킬 수 없단다.

“버릇없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를 체벌 없이 어떻게 훈육합니까?” 자녀를 체벌하다 아동보호 사건 법정에 서게 된 부모들이 흔히 하는 볼멘 항변이다. 하지만 체벌은 제대로 된 훈육이 아니다. 체벌은 아이가 행동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육체적 고통 여부에 의해 행동을 선택하게 한다. 따라서 체벌 위주로 자란 아이는 수동적이고 회피적인 성향으로 자라나기 쉽다. 또한 체벌이 아이에게 주는 모욕감과 분노는 후유증이 매우 크다.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 발현되기도 하며,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체벌 역시 학대일 뿐이다.

법에서 정한 아동학대란 아동의 건강과 복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아동을 괴롭게 하는 행위가 심한 신체 학대 못지않게 심각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부부간 갈등도 부부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자녀는 부모 사이의 폭행, 폭언을 목격하거나 긴장감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깊은 공포와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가정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안정감을 빼앗겨 버리고, 결국 정서적 학대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굳지 않은 시멘트와 같아서 무엇이든 그 위에 떨어지면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아이 앞에서 한 부부싸움이,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 보지 않은 채 불쑥 튀어 나간 말 한마디가, 훈육이라고 믿었던 체벌이 ‘금쪽같은’ 내 자식의 마음에 선명한 상처 자국을 남기고 그 영혼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