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정상급 외빈들 한 자리에…러시아는 미정
북측 대표-美 펜스 부통령 '조우' 여부 관심사
'남북대화 지지' 유엔사무총장·獨 대통령 등도 참석
평창올림픽 개막 당일 리셉션, '북핵·평화외교' 무대로 주목
세계인의 겨울 스포츠 제전인 평창동계올림픽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정상급 다자외교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외교적 의미가 각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한하는 각국 정상과 벌이는 양자 차원의 정상외교도 중요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의 정상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라는 점이 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강 대 강'의 대치로 꽉 막힌 한반도 정세에 '외교적 활로'가 뚫리는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특히 올림픽 기간에 열리는 공식행사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이벤트는 9일 개막식에 앞서 열리는 리셉션이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찾는 정상급 외빈들을 위해 9일 개막식에 앞서 리셉션을 주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 인사의 참석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과거 6자회담 당사국에 속했던 주변강국의 정상급 인사가 출동해 북핵을 비롯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갖는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한반도 주변질서를 이끄는 양대 축으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G2'(주요 2개국), 즉 미국과 중국이 정치적 비중을 가진 인물들을 보낸다.

미국에서는 행정부의 2인자로서 대북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에서는 권력서열 7위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리인 역할을 할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한다.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입김을 행사하려고 하는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도핑 조작 혐의로 국가대표팀 명의의 올림픽 참가가 금지돼 대표단 파견 여부가 불투명한 러시아가 막판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을 결정할 경우 이날 리셉션이 갖는 외교적 의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면면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북측 대표단장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다.

최 부위원장은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황병서 당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시 당 통일전선부장 등과 함께 '깜짝' 방남한 바 있다.

리셉션이 임박해 북측이 대표단의 명단을 통보하고 나면 북측 인사와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인 펜스 부통령과가 자연스롭게 조우하는 장면이 연출될지가 초미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 관계가 여전히 대치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 고위급 인사가 한 자리에서 만나 인사라도 나누는 장면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날 리셉션의 중요성은 작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펜스 부통령이 미국 공화당 내 강경세력인 '티파티' 소속으로 정통 보수 노선을 걸어온 데다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북한에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그림이 그려질지는 낙관하기 힘들다.

이처럼 북미간 접촉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번 리셉션이 남북 대화 분위기를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이 힘을 얻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사다.

미·중·일·러 외에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평소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기조를 지지해 온 정상급 인사들도 다수 참석하는 만큼 이들이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뉴욕 유엔본부를 예방한 임성남 외교부 차관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제사회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한국 정부의 모든 노력을 지지하고 의미 있는 대북 대화 진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방한하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최근 정범구 신임 주독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남북한이 대화국면인데 한반도 문제는 전쟁이 아닌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이 오는 스웨덴은 유엔주재 대사 등을 통해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는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한 바도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문 대통령이 이 리셉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이다.

청와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조 아래 오래 전부터 리셉션에서 발표할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준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