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옆 자신의 집 안방 소파에 앉은 그가 앱 '확장제어'를 누르자 포도 온실 지붕이 스르륵 열렸다.
포도 온실은 생육 적정온도(17도)를 맞추기 위해 지붕을 여닫아야 한다.
스마트 팜이 도입되기 전에는 온실 지붕을 여닫으려면 진씨와 아내 두 사람이 줄을 당기는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1천500평 온실 지붕을 모두 열려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꼬박 걸렸지만, 지금은 5분이면 끝이다.
온실 천장 개폐를 위해 진씨와 아내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농장에 남아있어야 했다.
친지 결혼식 같은 중요한 집안 행사가 있어도 부부가 함께 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음 놓고 전국 어디든 갈 수 있게 됐다.
포도에 농약을 뿌리는 고된 노동도 사라졌다.
무거운 농약줄을 어깨에 메고 끌고 다니며 농약을 분무하려면 부부가 2시간 이상 꼬박 매달려야 했다.
스마트 팜은 그 시간을 25분으로 단축했다.
온실 안에 설치한 스프링클러 같은 관을 통해 농약을 살포하면서 약 농도와 살포시간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과 양분도 모두 이 관을 통해 포도나무에 공급한다.
포도가 자라는 모습과 온실 안 상황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진씨 부부는 "스마트 팜이 우리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정말 획기적으로 줄여줬다"며 "요즘처럼 농민 연령이 높아지는 시기에 스마트 팜만 도입하면 누구나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 "포도나무마다 특등급 포도가 주렁주렁" 스마트 팜은 부부 일손만 덜어준 것이 아니라 포도 생산량 증대와 품질향상도 가져다줬다.
스마트 팜을 도입하기 전 판매용 3㎏ 포장 상자를 채우려면 포도 10송이가 들어가야 했는데, 지금은 6∼7송이만 넣어도 충분하다.
1송이에 50∼60개가 달리던 알이 지금은 70∼90개로 늘었기 때문이다.
포도 알도 크기가 균일해지고 당도도 좋아지면서 특품비율이 스마트 팜 도입 전보다 15%가량 증가했다.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첫 수확을 한 지난해 7월 3일에는 포도 당도가 18브릭스가 나왔다.
진씨는 포도농사 30년 동안 가장 높은 당도의 포도라고 했다.
보통 달다고 느끼는 포도 당도는 13∼14브릭스다.
포도 품질과 생산량이 증대한 이유에 대해 진씨 부부는 스마트 팜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포도가 생육하는데 최적 조건으로 물과 습도, 영양분, 햇빛, 바람을 조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씨 사례는 식물 생육 시기별 최적 환경관리와 양분·수분관리를 정밀하게 할 수 있는 생육모델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향상하자는 정부의 스마트 팜 확산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스마트 팜 도입 농가를 분석한 결과, 도입 이전과 비교해 총수입은 31% 늘었고, 평균 생산량은 25% 증가했다.
◇ "과도한 초기 비용이 문제…네트워크 시스템 개선도 필요" 올해 스마트 팜 3년 차를 맞은 진씨는 자신의 나머지 온실 1천 평(3천305㎡)에도 스마트 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는 스마트 팜 확대를 위해서는 설치비 지원과 시스템 안정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 팜 효과가 정말 좋기는 하지만, 수천만원이 드는 설치비를 모두 농가가 부담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정부와 농가가 절반씩 나눠 내면 좋겠다"면서 "그러면 스마트 팜을 농촌에 확대 보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팜 운용 네트워크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도 지적했다.
진씨는 "가끔 스마트 팜 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시스템에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무선 접속이 원활히 이뤄져야 안심하고 포도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올해 시비 1억4천만원을 들여 관내 7개 포도 농가에 '비가림시설 스마트 팜'을 보급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 팜 보급 확대를 위해 300만원 수준의 농가 보급형 스마트 팜 장비를 개발 중이다.
화성시 농업기술센터 포도명품화사업소 최재연 주무관은 "스마트 팜은 노동력 절감과 농업 편의성 증대가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앞으로 스마트 팜에서 관리하는 농작물 생육 정보가 데이터로 집약되면 작물 수량이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