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8명 백악관 초대…'defector' 아닌 'escapee'로 소개해 눈길
"정말 고생했다", "대단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 덕담 건네
北억류·귀향뒤 사망한 미 대학생 웜비어 부모, 평창올림픽 맞춰 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목발 탈북자' 지성호 씨를 비롯한 탈북자 8명을 만나 북한의 인권을 집중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국정연설 무대에 지 씨를 깜짝 등장시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환기한 지 사흘만이다.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정책인 '최대의 압박'에 더해 앞으로 북한 인권을 국제적 이슈로 떠올려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더욱 옥죄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왔다"면서 지 씨 등 8명의 탈북자를 소개하고 발언 기회를 줬다.

이들은 북한에서의 고단한 삶과 탈북 과정 등을 번갈아가며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번 "정말 고생했다(pretty tough), "대단한 이야기(great story)", "축하한다"(congratulations) 등 격려의 말을 했다.

또 취재 기자들을 향해 "북한은 살기 힘든 곳이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곳"이라며 "(탈북에는) 엄청난 위험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열차 사고로 왼손과 발을 잃었지만, 목발을 짚고 탈북한 지 씨를 또 거론하며 "나와 우리 모두에게 믿기지 않은 만큼 큰 인상을 심어줬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탈북자들을 소개하면서 평소와 달리 'defector'가 아니라 탈출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escapee'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defector에는 배신과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들이 북한이라는 거대한 감옥에서 탈출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 씨는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가량 면담한 후 특파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기보다는 호탕한 모습으로 맞아줬다.

뵙고 있는 분이 대통령이 맞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꽃제비 출신인 저를 '친구'라고 하면서 '당신은 슈퍼스타가 됐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탈북자 8명 중 2명은 신원 노출의 위험성 때문에 비공개 면담 자리에는 참석했으나, 언론 카메라 앞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전날 저녁에는 포틴저 NSC 선임보좌관의 자택에서 오토 웜비어 유족과 만찬을 함께했다며 "출산을 불과 2주 앞둔 포틴저의 부인이 스테이크 요리를 해줘 감동의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오토 웜비어는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지난해 풀려났으나 미국에 귀향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숨진 미 대학생이다.

지 씨는 웜비어 부모가 오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