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신 가상화폐 지갑으로 송금…환치기로 수수료 챙겨
관세청, 가상화폐 불법 환치기 단속 TF 운영…마약·밀수자금 가능성

가상화폐를 이용한 환치기·원정투기가 관세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거래액만 1천700억여 원에 달하는 대규모 불법 외환거래다.
가상화폐 원정투기·환치기 대거 적발… 1700억원 규모
관세청은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무등록외국환업무(환치기)와 원정투기 등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 지금까지 총 6천375억 원 상당의 외환 범죄를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중 가상화폐와 관련된 불법 거래 규모는 총 1천77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거래 중 환치기는 총 4천723억 원으로 이중 가상화폐를 이용한 송금액은 118억 원이었다.

가상화폐 구매 목적으로 해외에 예금계좌를 개설한 뒤 이같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무역대금 명목으로 1천647억 원을 해외로 반출하고 페이퍼컴퍼니에 5억원을 은닉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가상화폐 원정투기는 여행경비·무역 대금 등 명목으로 반출한 고액의 현금으로 태국·홍콩 등지에서 가상화폐를 산 뒤 국내로 전송·판매해 차익을 실현하는 수법이다.

같은 가상화폐라고 해도 한국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30%가량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신종 투기행위다.

기존 환치기는 직접 현금을 해외로 반출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가상화폐 환치기는 전자지갑을 통한 해외 익명거래가 가능한 특징을 악용했다.

한 무등록 외환거래 업자는 한국·호주 간 4천억여원 규모의 불법 환치기 계좌를 운영하면서 부족한 환치기 계좌의 운영자금 215억원 중 3억 원을 가상화폐로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로 산 가상화폐를 전자지갑으로 해외 제휴 업체에 전송한 뒤 이 업체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매각한 대금 17억원을 해외 수령인들에게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아예 해외에 가상화폐를 사기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소프트웨어 구매 등을 명목으로 1천600억여원을 신고하지 않은 채 송금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해외 가상화폐 구매를 위한 은행 송금이 어려워지자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무역 계약 대금 명목으로 돈을 보낸 것이다.

한 엔화 환치기 업자는 총 불법 송금액 537억원 중 98억원을 가상통화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고액의 현금을 여행경비 명목으로 들고 나가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한 뒤 한국에서 원화로 환전하는 수법의 원정투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관세청은 밀수담배, 마약 등 불법 물품의 거래 자금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행위 등을 정밀 분석하는 등 앞으로도 지속해서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