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검찰 내 성추행 문제가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흔든 ‘미투(Me Too)’ 운동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31일 대검찰청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사단장에는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56·사법연수원 19기·사진)이 선임됐다. 2013년 여검사 최초로 검사장이 된 인물이다. 여성 검사회 회장이기도 하다. 조사단은 조 검사장이 규모 등을 직접 정해 구성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 조사는 물론이고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 달성 때까지 활동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비위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생각에서 내린 처방”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넓은 조사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검사는 “검찰 조직의 위계 때문에 말 못하고 상처로 남은 사건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 조직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울타리를 넘어 법조계 전반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협회는 서 검사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다. 서 검사의 모교인 이화여대 출신 법조인·법대 동문회도 이날 낸 성명서에서 엄중한 조사를 강조했다. 한국법조인협회와 대한법조인협회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미투’ 운동의 한국판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상층부로 인식되는 검사까지 나선 마당에 다른 전문직군 여성들도 적극 폭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여한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법조계,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모든 조직에서 성폭력이 사라지고, 피해자에 대한 2차, 3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태그(#)로 ‘me too’를 달며 ‘피해자가 더 당당해지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는 메시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많은 성 관련 피해자의 얘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내부 정보보고에 쌓이고 있다”며 “검찰이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면 이번 사건은 후진적인 인식 개선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