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속여 … 허세홍 사장 경영능력 '합격점'
GS그룹 오너가(家) 4세 중 가장 먼저 경영 전면에 나선 허세홍 GS글로벌 사장(48·사진)이 취임 첫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허 사장은 한국 정유업계에서 ‘미스터 오일(Mr. Oil)’로 불리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74)의 장남이다. 허 사장은 지난 29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기자와 만나 “원유와 석탄 생산부터 판매, 발전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이라며 “투자회사로의 변신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같은 신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턴어라운드 비결은…

30일 업계에 따르면 GS글로벌은 지난해 500억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고치로 전년(364억원)보다 37.3% 늘어났다. 작년 매출도 전년(2조5537억원)과 비교해 37% 증가한 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석유제품 매출이 급등한 2012년(3조3995억원)보다도 많다.
피는 못속여 … 허세홍 사장 경영능력 '합격점'
종합상사인 GS글로벌은 그동안 GS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외환위기 여파로 쌍용그룹이 해체된 뒤 모건스탠리PE로 넘어간 것을 2009년 GS그룹이 인수한 회사다. 종합상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사업 발굴을 기대했지만 GS글로벌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은 200억~300억원 수준을 맴돌았다.

실적 반전은 허 사장이 지난해 초 GS글로벌 대표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등 고정 거래처 중심으로 운영하던 사업 구조를 과감히 뜯어고쳤다. 매일 오전 7시30분까지 회사로 출근해 신사업 구상을 가다듬었다. 대표적인 게 GS에너지와 함께 지난해 4월 인수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BSSR 석탄광이다. 지분(14.74%)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해안과 가깝고 인근에 운하도 있어 물류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큰 광구로 꼽힌다. 허 사장은 “단순한 석탄 트레이딩(수출입 거래)만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GS E&R 등 그룹 내 발전회사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종합상사서 탈피”

허 사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평택·당진항 2-1단계 1종 배후단지 조성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종 항만배후단지는 화물 보관과 집배송, 조립, 가공 관련 시설을 위한 용지로 민간이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글로벌(지분 45%)은 GS건설(20%)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지난해 4월 해양수산부로부터 조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GS글로벌이 주도하는 SPC는 2021년까지 2000억여원을 투자해 경기 평택 포승읍 신영리 일대(113만㎡)에 물류와 자동차 관련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평택항 일대는 대중(對中) 교역의 핵심 기지인 데다 최근 판매가 늘고 있는 수입차 업체의 초기 품질검사센터(PDI)들이 몰려 있어 토지 수요가 풍부하다는 평가다.

허 사장은 “SOC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며 “GS글로벌을 전통적인 종합상사가 아니라 투자전문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허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금융회사인 뱅커스트러스트와 정보기술(IT) 업체인 IBM,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7년 GS칼텍스에 입사해 싱가포르 법인장과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