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진화하고 있다. 10여 년 전 등장한 ‘스타일난다’ ‘멋남’ 등과 같은 업체는 온라인 시장을 개척한 1세대 패션 스타트업으로 분류한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패션업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큐레이션(맞춤형 추천),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접목해 시장을 바꾸고 있다.

SNS와 쇼핑을 연계한 ‘스타일쉐어’,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지그재그’, 신사동 가로수길과 홍익대 인근 로드숍(길거리 매장)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인 ‘브리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2세대 패션 스타트업은 방대한 양의 쇼핑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주는 ‘메타 쇼핑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SNS와 쇼핑을 결합하다

스타일쉐어는 이른바 ‘패피(패션피플: 패션에 민감한 사람)’를 위한 SNS다. 35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가 자신의 옷, 가방 등 상품 정보를 올려 패션 스타일을 공유한다. 패션업계의 페이스북으로 불린다. 페이스북처럼 사용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기도 하고, 인공지능(AI)으로 이미지를 분석해 사용자의 패션 스타일을 분류하기도 한다.

스타일쉐어는 여기에 쇼핑 기능을 더했다. 게시물에 올라온 옷과 비슷하거나 어울리는 상품을 데이터 기반으로 추천해준다. 사진을 보다가 사고 싶은 상품이 있으면 페이지 내에서 바로 ‘원스톱’ 구매도 가능하다. 10~20대 젊은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작년 거래액이 200억원을 넘어섰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는 “인터넷 커뮤니티처럼 일상의 패션·뷰티 정보, 사용 후기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하루평균 25만 명이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맞춤형으로 추천하니 ‘딱’

스타트업 크로키닷컴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는 맞춤형 패션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상품 종류, 연령, 자신의 스타일 등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상품을 2700여 개 쇼핑몰에서 자동으로 골라 추천해준다. 어울리는 액세서리 등도 빅데이터를 통해 함께 제시해준다.

지그재그의 강점은 데이터 분석이다.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방문한 쇼핑몰, 열람한 상품 기록 등을 분석해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분석한 빅데이터는 입점한 쇼핑몰의 마케팅에도 쓰인다.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는 “데이터 분석은 모든 직원이 관여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그재그는 맞춤형 추천 서비스로 인기를 끌며 최근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넘어섰다.

◆가로수길 매장도 ‘손 안’에서

O2O와 온디맨드(주문형) 서비스도 패션업계에 접목되고 있다. 브리치는 가로수길이나 홍대의 특색 있는 옷가게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차별점은 발로 뛰어 모은 데이터베이스(DB)다. 옷가게를 직접 조사한 뒤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를 골라 입점시킨다.

소비자는 발품 팔 필요 없이 전국 ‘핫플레이스’의 트렌드 상품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볼 수 있다. 이진욱 브리치 대표는 “전국 20개 거리의 1500여 개 오프라인 매장과 제휴했다”며 “가로수길 매장 중 3분의 1은 브리치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홍보 활동을 펼치는 패션 스타트업도 있다. 브랜디는 1인 방송 진행자와 SNS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양승엽 브랜디 마케팅팀장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잘 알려진 인플루언서들이 브랜디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시장은 올해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서 2019년 23억8000만달러(약 2조535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