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12년간 이어온 신입사원과의 등산을 중단했다. 금호타이어 분리 이후 위축된 그룹을 다잡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6년부터 1년에 두 차례 가던 산행을 올해부터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월과 7월 경기 광주에 있는 태화산에 올랐다. 산행에는 그룹 입사교육을 받고 있는 공채 신입사원과 계열사 사장단 등 200여 명이 함께했다. 박 회장은 등산을 통해 ‘금호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 등을 전수하고 신입사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등산을 중단한 것은 회사를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박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규모에 맞게 내실 경영을 위해 힘써달라”며 위기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한 축이던 금호타이어를 떼어낸 충격을 ‘내실 강화’와 ‘이윤 극대화’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메시지다.

그룹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은 항공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항공 3사는 영업조직을 대폭 손질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 준비를 시작했다. 박 회장은 “항공이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올해는 항공이 그룹의 비상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라’는 지시를 받은 에어부산은 조직부터 손질했다. 기존 영업팀을 영업 1, 2팀으로 확대한 것이 골자다. 박 회장이 ‘흑자 전환’을 주문한 에어서울은 지난 22일 해외지점장을 모두 소집해 장시간 회의를 했다. 에어서울의 새 수장을 맡은 조규영 대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내에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최악의 시기를 견뎌내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지도 곳곳에서 엿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