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가상화폐거래소의 시세판을 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가 11일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가상화폐거래소의 시세판을 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여부를 둘러싼 정부 내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투기근절 대책을 주도하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거래소 폐쇄’를 공언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청와대가 부인하는 촌극이 빚어지며 가상화폐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11일 오전에 열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기자간담회가 혼선의 출발이었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특별법 마련에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 발의 전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에서 다른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발 가상화폐 '대혼란'
이는 ‘폐쇄 방안을 검토 중’이라던 작년 말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때보다 훨씬 강경한 발언이다. 박 장관은 간담회 도중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한다”는 유보적인 언급도 내놨다. 하지만 법무부 측이 “거래소를 전면 폐쇄해 관련 거래를 금지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재차 확인하면서 시세는 추락을 면치 못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폐쇄 쪽에 힘을 실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법무부 장관의 말은 부처 간 조율된 것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며 박 장관을 거들었다. 2100만원을 오르내리던 비트코인 가격이 1400만원대까지 추락했고,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과 포털 등에 비난글을 쏟아내며 항의했다.

하지만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둘러싸고 정부 내에서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오후 늦게 제기되며 분위기는 반전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폐지는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부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지 5시간 지난 오후 5시20분께의 일이다. 비트코인은 곧바로 반등해 2000만원대를 회복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