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수혜보다 기여 큰 영국 탈퇴에 '십수조원 공백' 고심
EU, 브렉시트 후 수입감소에 여행·플라스틱·탄소세 검토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수입부족에 대비해 여행세, 플라스틱세, 탄소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은 그동안 EU 내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은 세 번째로 EU로부터 받는 혜택보다 분담금이 많은 순기여국이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떨어져 나가면 EU는 연간 120억∼150억 유로(약 15조3천600억∼19조2천억원)가량의 수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나머지 27개 회원국이 메워야 한다.

이와 관련해 EU는 2021년부터 최소 5년간 적용될 차기 예산안 논의와 관련해 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U는 영국이 떠난 뒤 최대 150억 유로의 예산 부족과 관련해 절반가량은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절반 정도는 새로운 수입을 통해 대체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새로운 수입원 중 하나로 검토하는 것이 바로 여행세다.

EU는 2020년부터 EU 비회원국을 솅겐 지대에 포함하는 새로운 출입국관리 시스템을 적용한다.

여권 검사 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어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 솅겐 지대 내 국가는 현재 26개국이다.

새롭게 시스템을 이용하는 국가의 여행자들에게 5유로의 신청요금을 받는다는 것이 EU의 복안이다.

FT는 이 같은 여행세가 도입되면 브렉시트 후의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국적의 여행자가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EU는 또 지나친 포장 등으로 인해 발생한 환경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EU 전체에 적용되는 플라스틱세를 검토하고 있다.

군터 외팅거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플라스틱세가 5월에 발표될 수 있지만 아직 소비자 또는 생산자 누구에게 부과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팅거 위원은 또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와 관련한 수익을 EU 공통의 예산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탄소배출거래와 관련한 수수료는 각 회원국의 수입에 포함됐다.

EU에서는 예산 문제를 놓고 프랑스, 독일과 같은 순기여국과 폴란드와 헝가리를 포함한 순수혜국 간 갈등이 계속돼 왔다.

특히 순기여국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는 최근 극우와 손잡은 연립정부가 출범하면서 브렉시트 이후 더 많은 분담금을 내는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FT에 따르면 EU의 2014∼2020년 예산 중 4분의 3가량이 농업 보조금, 가난한 회원국 지원 등에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에도 이들 분야에 대한 급격한 재원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U, 브렉시트 후 수입감소에 여행·플라스틱·탄소세 검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