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기준' 고시는 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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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에 45억 과징금 부과에 제동… 다시 산정하라"
경영정보 요구 위법성 판단 기준
과징금 산정기준 제시 첫 사례
"납품대금·매장 임대료 기준… 과징금 부과는 재량권 남용"
"거래상 지위의 악용 정도, 취득정보의 양 등 기준 삼아야"
경영정보 요구 위법성 판단 기준
과징금 산정기준 제시 첫 사례
"납품대금·매장 임대료 기준… 과징금 부과는 재량권 남용"
"거래상 지위의 악용 정도, 취득정보의 양 등 기준 삼아야"
납품 업체에 원가정보 등 경영정보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롯데쇼핑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과징금을 돌려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1일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45억원을 그대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과징금 부과는 적법하지만 과징금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대규모유통업법에 신설된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 조항이 문제가 된 사건의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규모유통업법과 관련해 과징금을 강화하려는 공정위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라는 평가다. 롯데쇼핑은 2012년 1∼5월 35개 납품 업체에 매출 자료를 요구했다. 신세계백화점 등 경쟁 업체에 비해 매출 비율이 높지 않으면 납품 업체 측에 판촉 행사를 요구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마진 인상이나 매장 이동 등의 불이익을 줬다. 이에 공정위는 2008년 12월 대규모유통업법상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 조항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5억원을 부과했다.
원심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롯데쇼핑이 우월적 지위에서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납품업자들이 롯데에 납품한 대금과 매장 임대료를 기준으로 삼아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징법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우선 산정 기준이 된 고시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반행위로 인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의 매입액’ 등을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에 관한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 고시’와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과징금 산정 기준에 따른 이 사건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과징금 산정 기준을 설정할 때는 (이런) 거래상 지위를 얼마나 악용했는지, 그 요구 방법, 취득한 정보의 내용과 양, 위반 행위의 횟수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로 롯데쇼핑은 이미 납부한 과징금 45억원을 이자와 함께 돌려받게 됐다. 공정위는 이후 과징금을 다시 산정해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과징금 부과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 관련 법에서는 매출 산정이 불가능하면 최대 5억원의 정액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공정위가 최대 5억원의 정액과징금을 롯데쇼핑에 부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박해식 율촌 공정거래팀 변호사는 “경영정보 요구의 위법성 판단 기준과 과징금 산정 기준을 제시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1일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45억원을 그대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과징금 부과는 적법하지만 과징금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대규모유통업법에 신설된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 조항이 문제가 된 사건의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규모유통업법과 관련해 과징금을 강화하려는 공정위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라는 평가다. 롯데쇼핑은 2012년 1∼5월 35개 납품 업체에 매출 자료를 요구했다. 신세계백화점 등 경쟁 업체에 비해 매출 비율이 높지 않으면 납품 업체 측에 판촉 행사를 요구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마진 인상이나 매장 이동 등의 불이익을 줬다. 이에 공정위는 2008년 12월 대규모유통업법상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 조항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5억원을 부과했다.
원심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롯데쇼핑이 우월적 지위에서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납품업자들이 롯데에 납품한 대금과 매장 임대료를 기준으로 삼아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징법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우선 산정 기준이 된 고시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반행위로 인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의 매입액’ 등을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에 관한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 고시’와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과징금 산정 기준에 따른 이 사건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과징금 산정 기준을 설정할 때는 (이런) 거래상 지위를 얼마나 악용했는지, 그 요구 방법, 취득한 정보의 내용과 양, 위반 행위의 횟수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로 롯데쇼핑은 이미 납부한 과징금 45억원을 이자와 함께 돌려받게 됐다. 공정위는 이후 과징금을 다시 산정해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과징금 부과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 관련 법에서는 매출 산정이 불가능하면 최대 5억원의 정액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공정위가 최대 5억원의 정액과징금을 롯데쇼핑에 부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박해식 율촌 공정거래팀 변호사는 “경영정보 요구의 위법성 판단 기준과 과징금 산정 기준을 제시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