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걷는 ‘워런치(walunch, walking+lunch)족’,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운출족’, 보행 속도와 보폭을 크게 늘리며 걷기 운동에 탐닉하는 ‘워크홀릭(walkholic)족’까지 등장했다.

이들을 위한 워킹화 시장도 커져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워킹족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기능성 워킹화다. 발뒤꿈치에서 시작해 발바닥 전체를 고루 자극하며 건강과 자세 교정·다이어트까지 도와주는 제품이다. 기능성 워킹화의 원리는 아프리카 마사이족에서 유래했다.

하루 평균 20㎞를 빠른 속도로 걷는 마사이 사람들에게는 요통이나 허리 디스크가 거의 없다고 한다. 발뒤꿈치에서 바깥쪽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체중을 분산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허리·엉덩이근육을 강화한 덕분이다. 이 방식을 활용한 ‘마사이워킹 슈즈’는 스위스 신발업계가 먼저 선보인 뒤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신발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워킹화가 각광받고 있다. 이 운동화를 신으면 신발 속의 칩으로 발의 각도, 좌우 균형, 보폭, 속도를 측정한 뒤 앱을 통해 보행 습관을 확인할 수 있다. 팔자걸음인지 안짱걸음인지, 걸을 때 무게중심이 어느 발에 쏠리는지도 알 수 있다.

한 업체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팔자걸음은 비만 남성, 안짱걸음은 비만 여성에게 많이 나타났다. 60대 이상 그룹에서는 자세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스마트 워킹화가 도움이 된다. 잘못된 보행 습관은 신체 불균형을 유발하고 무릎·골반·허리·어깨 정렬까지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걷기 운동 효과를 높여 주는 전자기기도 많이 팔리고 있다. 20~30대의 인기를 얻고 있는 데이터 분석용 ‘스마트워치’는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3배 더 팔렸다. ‘캐시워크’와 같은 만보기 앱 판매도 크게 늘었다. 걷는 동안 심박수 측정과 이동거리, 운동시간, 소모 칼로리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 운동의 트렌드 또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언덕이나 산을 오르는 ‘수직적 등반’이 주류를 이뤘다. 요즘은 주위 경관을 여유롭게 즐기는 ‘수평적 걷기’ 위주로 바뀌었다. 아웃도어 업계도 장시간 산행에 적합한 신발보다 다목적 워킹화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바쁜 현대인에게 걷기는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인 운동이다. 걷다 보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도 깊어진다.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니체)는 말의 의미까지 되새기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길 위의 명상가’가 되고 ‘지구별 산책자’가 되기도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