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 박일평 LG전자 CTO "LG의 AI 플랫폼, 자율주행차 산업으로 확대"

“인공지능(AI) 시대엔 새 가전제품보다 중고(中古)가 더 비싸야 정상이다.”

LG전자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박일평 사장(사진)은 9일(현지시간) CES 2018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박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업체 하만 출신으로 LG전자의 AI 플랫폼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LG전자에 영입된 지 1년 만에 사장이 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사용자의 습관과 생활 방식을 꾸준히 학습하고 진화한 제품이 막 출고된 새 제품보다 훨씬 더 똑똑할 수 있다”며 “잘 길들여 성능을 개선한 AI 가전제품을 웃돈을 주고 파는 사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LG전자 AI 전략의 키워드를 묻자 “개방과 다양성”이라고 대답했다. 가전제품을 특정 AI 플랫폼에 가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박 사장은 “한 회사의 기술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며 “가전제품과 관련된 고유의 기능은 자체 플랫폼으로 향상해 나가고 여기에 외부 신기술을 꾸준히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CES에서 TV와 스피커 등 주요 제품에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딥씽큐(DeepThinQ)’와 구글의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모두 채용한 것도 개방과 다양성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여러 AI 플랫폼이 한 기기에 들어가는 사례도 소개했다. 인천공항에서 비치된 LG전자 AI 로봇에 말을 걸면 한국어와 영어는 딥씽큐가, 일본어와 중국어는 다른 AI 플랫폼이 답한다.

박 사장은 LG전자의 AI 플랫폼 활용처를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로 넓혀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LG전자도 자율주행, 신개념 교통수단 등과 관련해 여러 연구를 하고 있다”며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오면 단계적으로 결과물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