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이끄는 기업가정신 북돋아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게 여건 다져야
장일석 < 새금융사회연구소 이사장 >
시간이 흘러 2018년 지구촌. 경제 전쟁이 치열하다. 각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 미국은 지난해 법인세를 14%포인트나 인하한 21%로 조정했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도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리고 있다. 일본은 일부 항목에 20%까지 법인세를 감면한다. 중국도 외국 기업이 중국 내 재투자하는 이익에 한시적으로 면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올해부터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당국은 77개 대기업만이 최고세율 적용 대상이라고 하지만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환율 하락과 금리 인상으로 대외경쟁력에 비상이 걸리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및 각종 규제로 대내적 난관이 산적한 마당에 법인세까지 인상돼 국내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갇힌 모습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법인세 인상 조치로 한·미 간 법인세율이 역전돼 한국의 연평균 투자는 4.9%, 일자리도 10만5000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 유출로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7%씩 줄어 금액으로 환산하면 29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세를 인상해 복지비용을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해소하며 고용 증가를 도모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한 분석이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세수 증대를 위해 부유세를 신설해 고소득자에게 75%의 소득세를 부과했으나 부유층과 고급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역효과를 초래했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 창출을 꾀했으나 오히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을 축소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부작용만 양산했다. 이에 지난해 출범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법인세 인하와 노동 개혁을 통한 친(親)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기업의 리쇼어링(본국 회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프랑스의 시행착오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기업들을 항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만 생각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은 경시한 채 규제의 틀에 가두려고만 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다.
한국이 경제 규모 세계 12위의 성장을 이룩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게 된 것은 기업들의 창의적 도전 정신과 맞춤형 정책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정책과 환경 조성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미국 등 선진국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이유도 이윤의 실현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가의 근성을 북돋우고 궁극적으로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법인세 인상으로 GDP 감소,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 기피, 우리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제도를 보완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국가 경제를 튼튼하게 하려면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국민도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장일석 < 새금융사회연구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