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케이보팅(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을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안철수 대표의 통합 구상이 새로운 악재를 만났다.

선관위는 5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인하기 위한 국민의당 전대에서 케이보팅을 활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케이보팅은 휴대폰으로 생년월일을 입력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으로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인증보다 간단한 방식이다. 국민의당은 이를 활용해 전체 대표 당원의 과반이 필요한 전당대회 정족수를 채울 계획이었다. 선관위는 “케이보팅은 정당법에서 규정한 전자투표 서명 방식으로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대 의결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절차상 옳지 못하다”고 해석했다. 선관위는 공인인증서를 활용한 전자투표만 허용했다.

케이보팅을 통해 전대 출석률을 끌어올리려던 안 대표 등 통합파로선 새로운 난관을 만난 셈이다. 통합반대파의 강력한 저지를 뚫고 전대 정족수인 과반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대표당원은 약 1만 명이다. 최소 5000명 이상이 전대에 직접 참여하거나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투표에 참여해야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전대 의장인 이상돈 의원뿐 아니라 부의장인 윤영일 이용호 의원 등도 통합을 반대하고 있어 전대의 정상적 진행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이날 안 대표가 참석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시간에 별도 회의를 열어 ‘개혁신당 창당준비 기구’를 발족하는 등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섰다.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운동본부는 창당기획단장에 김경진 의원을 임명하고 기획단 내에 전략위원회, 조직위원회, 홍보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조배숙 의원이 대표를 맡고 대변인에는 최경환 의원과 장정숙 의원을 임명했다. 사무총장에는 정인화 의원이 유력시된다. 사실상 당내에 또 하나의 지도부가 꾸려진 것이다.

유성엽 의원은 “통합 전대를 저지하는 게 1차적인 목표지만 합당이 의결되는 경우에 대비해 (신당 창당) 카드를 구상한다”며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이 안 된다고 해서 신당 창당을 포기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찬반 양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각에선 중재안도 거론된다. 박주선·주승용 의원 등 ‘중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안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고 중립지대 원외대표를 추대해 전대를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