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4일 최근 발생한 반(反) 정부 시위에 대한 수습책으로 휘발유 및 계란 등 물가 안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도 이날 “휘발유 가격을 50%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부유층엔 비싸게, 빈곤층엔 싸게 휘발유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란은 이란 사람들의 주식 가운데 하나로 지난달 27일 하루 만에 최고 70%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이튿날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의 주요 생필품 가격은 정부가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물가 정책에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보수 색채가 강한 마슈하드에서 하산 로하니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계란 가격 급등을 빌미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당시 시위 에서도 계란값을 내리라는 구호가 나왔다.

정부는 내년 3월 21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50% 올린다고 발표해 국민의 불만을 샀다. 휘발유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을 삭감해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이란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직장이 없는 이들이 불법 택시 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휘발유 가격 인상은 민생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다. 이란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시위를 두고 ‘휘발유 시위’, ‘계란 시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도 미국 달러화 대비 이란 리알화의 환율이 급등하자 이를 막기 위해 달러화를 방출했다. 달러화 가치는 이란 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번 중앙은행의 조치도 물가 안정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