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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지식·기술이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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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의 저주' 겪는 베네수엘라와 달리
    산업구조 개혁 서두르는 사우디처럼
    쓸수록 느는 지식과 기술 축적해야"

    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 >
    [시론] 지식·기술이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이다
    에너지대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새해 글로벌 에너지시장은 석유와 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의 수급이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호황 국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조짐을 보이자 산유국들은 지난 연말에도 생산량 감축을 결의했다. 그러나 유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추가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보면 석유의존도가 높은 산유국들은 저유가와 수요정체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나우루의 비극’이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10여 년 전쯤이다. 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군도에 있는 인구 1만 명 남짓한 미니국가인 나우루 공화국은 면적이 울릉도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국토 전체에 비료의 원료인 인광석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때 중동 산유국에 버금가는 부국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인광석이 고갈되면서 비극을 맞게 됐다. 급격한 채굴량 감소로 외화유입이 거의 중단됐고, 실업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최근 지하층 인광석을 채굴하는 2차 채굴을 시작함으로써 다소나마 경제에 숨통이 트였지만 그나마 남은 자원이 향후 30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특정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 또는 사회가 자원고갈로 일순간 경제시스템이 무너지는 일은 역사적으로 드문 일이 아니다.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문명의 붕괴(Collapse)》에는 한정된 자원의 고갈에 대비하지 못했거나, 동식물 자원의 남획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붕괴된 국가와 사회의 사례가 넘쳐난다. 현재에도 똑같은 실수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대니얼 예긴은 노작인 《2030 에너지 전쟁(The Quest)》에서 옛 소련 붕괴의 원인을 유가등락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오랜 기간 비효율이 누적돼 붕괴 직전이던 계획경제체제가 석유와 가스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로 간신히 지탱해 오다 1990년대 유가하락의 회오리 속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해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베네수엘라 또한 ‘자원의 저주’를 겪고 있다. 재정수입의 50% 이상을 석유수출에 의존하던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경제가 붕괴상태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예고돼 있었다. 서구의 싱크탱크 등은 베네수엘라가 재정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이르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상황에서도 재정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러시아와 중국 등으로부터의 차입으로 부족한 재정수입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차베스 전 대통령은 “미국의 빈민들을 지원하겠다”는 호언장담을 일삼았다. 그럼에도 유가하락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다가 현재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들이 최근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비전 2030’과 같은 로드맵을 제시하고, 미래 금융허브를 목표로 두바이 같은 인공도시를 건설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에너지대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매장자원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 자원에만 의존하는 국가는 갈수록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필자는 에너지 산업이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자본집약산업에서 점차 지식을 기반으로 한 기술집약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우리가 짧은 기간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천연자원이 없기 때문에 ‘쓸수록 증가하는 자원’인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해 온 덕택이다. 올 한 해 우리 경제 각 분야가 글로벌 혁신기술 개발 경쟁에서 승리하는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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