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남 "하나금융, 국가가 운영하는 곳 아냐… 관치(官治) 되살아날 우려"
윤종남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사진)이 민간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고 거론한 금융당국에 ‘관치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사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윤 의장은 17일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간섭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현재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구성이나 운영은 다른 어느 금융회사보다 균형 잡혀 있고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금융당국의 간섭이) 지나치면 과거 관치 금융이 되살아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일 때는 이사회에 경기고나 고려대 출신이 많았다”며 “현재는 지역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고 김정태 회장과 지연·학연·혈연으로 연결된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의장은 “한국 금융회사 경쟁력이 아프리카 국가 수준으로 혹평받는 건 지나친 규제와 관치 때문”이라며 “위법 행위를 하면 혹독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금융당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금융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이) 법에도 없는 각종 모범규준, 규칙 등을 만들어서 금융회사를 옭아매고 있다”며 “이제는 선진화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의장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출신인 법률 전문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융지주 회장이 ‘셀프 연임’한다며 문제 삼아왔다. 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내·외부 회장 후보군을 구성하는 데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CEO 승계 프로그램도 형식적일 뿐”이라며 거들고 나섰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년 1월 주요 금융지주의 경영권 승계 절차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구성 및 운영 상황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오는 22일 회의를 열어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추위에서 김 회장을 제외할 예정이다. 윤 의장은 “회추위 명단에 김 회장이 있지만 회추위를 시작하면서 이해관계자인 김 회장을 제외해 왔다”며 “금융당국의 우려도 있어서 아예 회추위에서 김 회장을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문규 사외이사는 최근 하나금융 계열사가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한 회사가 생산한 물티슈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은/안상미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