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왼쪽부터),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왼쪽부터),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
국내 최대 특수강·강관 제조사로 철강업계 3위인 세아그룹이 대규모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미국의 통상압박 속에서도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예고한 가운데 실적 상승에 기여한 ‘오너 3세’ 경영진이 모두 승진했다.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선대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39)와 이 회장 동생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39)가 나란히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세아그룹 창업자 고(故) 이종덕 명예회장의 외손자인 이휘령 세아제강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촌경영 체제 정착

세아그룹은 임원 39명에 대한 승진 및 신규선임 인사를 단행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순형 회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철강업계의 공급 과잉과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그룹 특수강사업(세아베스틸)에서 경영 수업을 받아온 이태성 신임 부사장과 강관사업(세아제강)을 맡아온 이주성 부사장은 이번에 모두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1978년생으로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두 오너 3세는 전무를 단 지 3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자로서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태성 부사장은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의 대표이사도 같이 맡게 됐다. 세아그룹은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운형 선대 회장과 차남인 이순형 현 회장 등 오너 2세 간 ‘형제 경영체제’에서 이태성 부사장과 이주성 부사장 등 3세 간 ‘사촌 경영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순형 회장의 지휘 아래 세아홀딩스와 세아베스틸 등 특수강사업은 이태성 부사장이, 세아제강 등 강관사업은 이휘령 부회장과 이주성 부사장 등이 맡고 있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 부회장은 세아제강에서 32년간 근무해온 강관 전문가다.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면서 업계 부진 속에서도 세아제강이 홀로 견조한 실적을 내도록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해외로 눈돌렸더니 ‘대박’

세아그룹 관계자는 “실적 호조에 따른 대규모 승진인사”라며 “올해 8조원대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세아베스틸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영업이익은 39%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세아제강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9%와 61% 증가할 전망(증권업계 평균)이다.

세아베스틸은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입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어려워지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근 2년간 미국 멕시코 일본 태국 인도 독일 등 6곳에 판매 거점을 확보한 결과 수출이 급증했다. 지난 10월엔 사상 처음으로 월간 수출 4만t을 돌파했다. 올해 수출은 전년보다 12만t 증가한 36만t으로 예상되며 내년 40만t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세아베스틸은 전망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30년이 넘은 세아제강은 미국 수출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로 가격 정책을 펼친 결과 ‘관세 폭탄’을 비켜갈 수 있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연례재심 반덤핑 최종판정을 내리면서 세아제강에 2.76%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이에 비해 현대제철과 넥스틸은 각각 13.84%, 24.92%를 받았다. 세아제강 미국법인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5745억원으로 작년 연간 실적(4699억원)을 넘어섰다. 이휘령 부회장은 “세계 7개국 14곳에 생산기지를 두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강관회사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