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규 젠바디 대표가 7일 ‘제104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최명배 한빛회 회장,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정 대표 부인 고강일 씨, 정 대표,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정점규 젠바디 대표가 7일 ‘제104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최명배 한빛회 회장,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정 대표 부인 고강일 씨, 정 대표,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지난해 브라질 전역을 휩쓸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최마저 위협한 지카바이러스가 올 들어 크게 수그러들었다. 지난해 여름 17만 명에 달하던 브라질의 확진자는 현재 7000명 미만으로 줄었다. 올해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브라질 보건당국이 감염 속도가 빠른 지카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데는 국내 중소기업 젠바디의 진단키트 역할이 컸다. 이 키트는 혈액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지카바이러스 항체를 찾아내 15분 이내에 감염 여부를 알려준다. 최장 사흘까지 걸리던 검사 시간이 대폭 줄었고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을 필요도 없다.

◆창업 5년 만에 매출 700억원 돌파

정점규 젠바디 대표가 올해 브라질 수출을 크게 늘린 공로로 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는 ‘제104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열렸다.

젠바디는 SK바이오랜드, 아산제약 등에서 전문연구원으로 일하던 정점규 대표가 2012년 설립한 바이오기업이다. 설립 5년째인 올해 매출 7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내년 기업공개(IPO)까지 준비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젠바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면역진단키트는 여덟 종에 달한다. 혈액 검사로 지카열 황열 마야로열 라사열 등 질환의 감염 여부를 알려준다. 2015년 24억원, 2016년 8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1월 브라질 국영제약사 바이아파르마와 세계 최대 규모의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훌쩍 커졌다.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350만 개를 3000만달러(약 343억원)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정 대표는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로 브라질 시장에서 신뢰를 얻자 뎅기열 라사열 진단키트 납품에도 물꼬가 트였다”며 “올해 매출의 98%를 차지하는 수출의 대부분이 브라질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약 여덟 배 늘어난 70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67억원, 312억원”이라며 “실적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 내년 상반기에만 770억원대의 수출 물량이 계약돼 있다.

◆내년에 기업공개 준비

정 대표는 13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해외영업도 했다. 당시 인맥을 활용해 수출 국가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수출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국가만 27개국”이라며 “1년에 70~80일을 해외에서 보내며 영업망 확장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업체에 마약 복용 여부를 알려주는 진단키트를 5년간 장기 공급하는 100억원대 계약을 맺었다. 말레이시아 중국 등과도 호흡기 인플루엔자 진단키트, 동물용 진단키트의 확대 공급을 논의 중이다. 정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노린 게 회사가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젠바디는 IPO도 준비 중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다. 업계에서는 상장 시점 젠바디의 기업가치가 1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 대표는 자금 조달을 통해 체외진단장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혈액 소변 등 생체에서 채취한 샘플을 검사하는 체외진단장비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어 세계 바이오 업체들이 이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2~3년 뒤엔 자체 개발 장비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