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진짜 보호무역 수단은 따로 있다
매년 12월5일은 ‘무역의 날’이라는 법정기념일이다. 2011년 12월5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됐다. 그 이전에는 1964년 11월30일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해 매년 11월30일을 ‘수출의 날’로 지정했다. 이처럼 무역 부문의 성과를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경제는 수출을 통해 줄곧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보호무역 기조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 기조가 뚜렷했던 시기에도 다각적인 보호무역 조치는 항상 존재해 왔다.

[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진짜 보호무역 수단은 따로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전기 플러그를 이용했다. 인구가 1000만 명도 채 안 되는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에선 사용하지 않는 전기 플러그 형태를 고집하고 있다. 독특한 전기 플러그를 사용함으로써 외국산 전자 제품이 자국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게 차단하기 위함이다.

많은 국가에서 자국 내 제품에 남다른 표준을 강요하는 이유도 대부분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일본 제품의 수입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세관 절차를 악용한 바 있다. 프랑스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비디오플레이어를 특정 항구를 통해서만 들어오도록 했다. 해당 항구에 배치한 단 한 명의 세관원을 통해 모든 행정처리가 이뤄지도록 해 통관 절차를 지연시켰다. 당시 이런 행정적 제약으로 프랑스의 일본산 비디오플레이어 수입은 90% 가까이 감소했다.

‘홍길동 전략’도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제품명을 온전히 표기할 수 없게 하는 전략이다. 2001년 미국과 베트남 간 무역협정이 발표되면서 베트남산 메기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자 미국 메기생산협회는 미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메기(catfish)라는 생선 본연의 이름을 미국산 메기에게만 붙이도록 법안을 제정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산 메기는 같은 어종임에도 베트남식 표현인 ‘바싸’ 내지 ‘트라’로 표기해야만 했다. 독일 역시 자국 소시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자국에서 생산되는 특정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소시지에는 ‘소시지’라는 표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은밀하고 교묘한 형태의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해 왔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등과 같은 굵직한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대응 전략뿐만 아니라 은밀하고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는 숨겨진 전략에도 세심히 대응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