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화·지역소외 부작용 제동…부정·비리 대학은 강력 제재
대학평가 개선 '자율성'에 방점… '돈으로 길들이기' 사라질까
교육부가 30일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진단과 재정사업 개편안은 기존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 자율성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정부 입장에서 추진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모든 과정이 정부 주도로 이뤄져 자율성이 침해되고 시장주의 사업 방식으로 흐르면서 대학 서열화, 지역대학 소외, 정원 감축 압박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실제 지원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름부터 '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꾸고 진단과 재정지원 방식을 맞춤형, 상향식으로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계기로 고등교육정책 방향을 정립하고 대학 체질 개선을 통해 국립대와 강소대학 육성, 공영형 사립대 도입, 사학비리 근절에 힘을 쏟기로 했다.
대학평가 개선 '자율성'에 방점… '돈으로 길들이기' 사라질까
◇ '불이익 대학' 절반으로…"지역배려·공정성 제고"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돈으로 대학을 줄 세우고 길들인다'는 비판을 수용해 각종 제재를 받는 학교 수를 크게 줄인 점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6개 등급 가운데 A등급(16%)만 제외하고 모두 정원 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제한을 받았지만, 기본역량진단에서는 60% 안팎에 달하는 자율개선대학에는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역량강화 또는 재정지원제한 판정을 받은 대학 가운데 희망학교에는 맞춤형 컨설팅이 제공된다.

학령인구 급감 등에 대비해 2023년까지 대학 정원 16만명 감축을 목표로 도입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A등급 외에 모든 대학에 정원 감축 권고가, D·E등급 대학에는 재정지원 차등 제한이 이뤄졌다.

기본역량진단은 평가지표도 달라졌다.

2018년 진단에서는 대학의 준비와 예측 가능성을 고려해 2015년 평가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국정과제 추진 방향과 현장 의견을 반영해 일부 지표를 개선했다.

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책무성 강화를 위해 모든 대학(일반대·전문대)을 대상으로 구성원 참여와 소통 계획을 진단한다.

일반대의 경우 법인전입금이나 법정부담금 점검을 통해 법인의 책무성도 지표로 삼는다.

교원 일자리 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전임교원에 대한 보수가 일정 수준(일반대 3천99만원, 전문대 2천470만원) 이하일 경우 감점 기준으로 설정하고, 시간강사 보수 수준의 만점기준도 높였다.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은 강화하되 대학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강의 규모의 적절성 기준을 조정했다.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려고 비정년 트랙 저보수 전임교원을 지나치게 많이 임용하는 부작용을 감안해 정년·비정년 전임교원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부정·비리 대학에는 감점, 등급 하향 등 강력한 제재가 적용된다.

종교계와 예체능 계열, 편제완성 후 2년이 안 된 대학, 통폐합 신청 대학 등은 진단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본역량진단과 그 결과에 따른 재정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칭) 대학 혁신을 위한 대학 진단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대학 폐교 시 교직원 보호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도 추진된다.
대학평가 개선 '자율성'에 방점… '돈으로 길들이기' 사라질까
◇ '사업선정 목매기' 부작용 없앤다…재정지원 구조 단순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개편과 함께 재정지원사업도 개선된다.

약 1조5천억원(2017년 기준) 규모에 달하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지원 목적에 따라 다양한 사업으로 쪼개져 지원됐다.

여러 개의 사업에 선정되려고 개별 사업에 얽매이다 보니 오히려 대학의 전반적인 경쟁력 제고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지원 방식을 목표부터 성과 관리까지 대학이 자율적으로 설계하는 상향식 지원으로 전환한다.

대학이 세운 하나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각 사업 평가에 공동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사업 간 충돌이나 중복을 막고 불필요한 소모전도 없애기로 했다.

또 사업과 무관한 가산점 부여를 비롯한 정책유도 지표를 폐지하고 자율성 보장과 책임성 담보를 위해 '선 자율 후 책임'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재정지원사업 구조를 일반재정지원사업과 특수목적지원사업으로 단순화해 일반재정지원은 자율개선대학 전체에, 특수목적지원은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에만 신청자격을 주기로 했다.

또 국립대학 고유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해 별도의 '국립대학 육성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기본역량진단과 재정지원 사업 개편이 고등교육정책이 유기적, 체계적으로 추진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정부와 대학 간 협력으로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 등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