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특산물 판매까지 주문한 김상조 공정위원장
“지방 소재 유통업체는 인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코너를 두는 방안도 검토해줬으면 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유통업계에 난데없이 ‘지역 특산물 판매’를 주문했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회의실로 유통업계 대표들을 불러 연 간담회에서다. 박동운 백화점협회 회장을 비롯해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면세점 등 6개 유통분야 사업자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지난 9월 첫 간담회에서 “납품업체와의 상생모델을 구축해달라”며 유통업계에 등 떠밀듯이 요청한 ‘자율 실천 방안’을 제출받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는 사업자단체 대표들이 공동으로 ‘거래관행 개선 및 납품업체·골목상권과의 상생협력을 위한 자율 실천 방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촌평’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자율 실천 방안은 납품업자에 과다한 경영정보 요구 금지 등 굵직한 사안 외에 세부적으로 △전통시장에 대한 소방교육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무료 홈쇼핑 판매 방송 △골목상권 맛집 소개 등의 내용까지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에 아이디어를 쥐어짠 흔적이 역력했다.

김 위원장은 자율 실천 방안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좀 더 보완·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구한 사안이 바로 ‘지역 특산물 판매’였다. 김 위원장은 또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거래를 이어주는 중간 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 TV홈쇼핑업계를 중심으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유통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통 사업자단체 관계자는 “공정위 업무와 특산물 판매 독려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공정위 업무인 중간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감독은 TV홈쇼핑이나 대형 유통업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자율 실천 방안을 능동적으로 실천해달라”며 말을 맺었다. 김 위원장 역시 유통업계가 등 떠밀려 자율 실천 방안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잘 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능동적으로’ 지역 특산물 판매 방안까지 수립해야 하는 유통업계의 현실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임도원 경제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