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수술이 급한 중증외상 '특수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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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입법·사법 주체 모두 특수활동비 나눠 써
'내로남불'식 이전투구(泥田鬪狗)에 국가 품위·질서 결딴나
특활비 범위 엄밀히 재설정하고 투명성 보강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내로남불'식 이전투구(泥田鬪狗)에 국가 품위·질서 결딴나
특활비 범위 엄밀히 재설정하고 투명성 보강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다산 칼럼] 수술이 급한 중증외상 '특수활동비'](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7.14230535.1.jpg)
보궐선거로 당선과 동시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인사 중 백미(白眉)는 7급 출신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의 총무비서관 임명이다. 필자는 5월24일자 다산칼럼에서 ‘집사 출신 청와대 총무 청산’의 참신성을 응원했는데 바로 다음날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기재부 예산집행 지침에 따라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고 감사원의 계산증명 지침에 따른 증빙서류를 작성해 관리할 방침임을 밝혔다. 공식행사 이외의 대통령 가족 식사비용은 급여에서 공제할 것을 통보했다면서 “전세 들었다 생각하시라”고 대통령에게 진언했음을 밝혔다. 대통령으로서 ‘이 정도’ 솔선수범은 당연하다는 총무비서관의 소신은 참으로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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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써 필요한 시기에 증빙자료 없이 쓸 수 있는 돈인데 실제로는 고위층이 사적으로 쓰거나 부하 직원에게 나눠주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 10년간 지출된 총액은 8조5000억원인데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국방부,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 대통령 비서실뿐만 아니라 국회와 법원도 나눠 썼다.
경제개발이 지상과제였던 시절에는 조직의 수장에게 영수증 없이 쓸 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기업 기밀비도 인정됐다. 접대비 중 20%는 영수증 없는 기밀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이 허용했던 것이다. 당시 법인세법에 ‘기밀비’란 단어는 접대비 종류를 예시하면서 한 차례 언급됐을 뿐인데, 시행령에서 기밀비 범위와 요건을 따로 규정했다. 기밀비를 부인당한 외국인투자법인 새한자동차가 시행령의 적법성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했고 198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모법의 위임이 없는 시행령을 무효로 판결했다. 국회는 곧바로 법인세법에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조항을 신설해 기밀비를 정상화시켰다. 기밀비를 없애는 결단은 김영삼 정부가 내렸고 단계적 축소를 거쳐 1999년 말에 전면 폐지됐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김영삼 정부에서 오히려 증액됐는데 그 단맛 때문에 치명상을 입는 공직자가 생겼고 국가질서도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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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중 정보 수집과 수사에 필요한 부분은 투명성을 보완해 유지하고 사적으로 쓰이는 부분은 없애야 한다. 중요 기관장을 비롯한 고위직 급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특수활동비 사용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사회적 덕망과 전문성을 갖춘 비상임위원이 심사를 맡아 불법 지출은 즉시 고발하고 적법성에 대한 판단 근거는 일정 기간 후에 공개하는 방식이 국제적 관례다.
국정 운영에 필수적인 특수활동비 범위를 엄밀히 재설정하고 투명성을 보강하는 긴급수술이 신속히 단행돼야 한다.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법원 검찰 등 행정·입법·사법 주체가 특수활동비를 나눠 쓴 상황에서 ‘내로남불’의 펀치를 휘두르며 혈투를 벌이면 국가의 품위와 질서는 결딴난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일 때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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