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고 베이징 외교소식통이 27일 밝혔다.

중국의 서비스 무역은 2020년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대(對)중국 서비스 수출액은 지난해 205억달러로 상품 수출액(1244억달러)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한·중 FTA 후속 협상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내달 중순 협상 시작”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날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내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한·중 FTA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는 2015년 12월20일 발효됐다. 당시 양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FTA를 맺었고 서비스·투자 부문은 FTA 발효 후 2년 안에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음달 20일 이전에 서비스·투자 협상 개시 선언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동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협상 개시가 지연됐다.

현재 한·중 FTA에서 서비스·투자 부문은 포지티브 방식(원칙적으로 개방하지 않고 명문화한 몇 가지 항목만 개방)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네거티브 방식(원칙적으로 모든 분야를 개방하되 명문화한 일부 항목은 개방하지 않음)으로 바꾸자고 중국 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작년 대중국 상품수출액은 1200억달러인 반면 서비스 수출은 205억달러에 불과해 큰 시장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비스 규제를 풀 수 있느냐 아니냐는 기업들에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직접 관광객을 모집하지 못해 중국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규제를 풀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관광 IT ‘수혜’

KOTRA에 따르면 중국 서비스 무역 규모는 2020년 1조달러를 돌파해 세계 서비스 무역액의 10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KOTRA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소득이 증가하며 ‘맞춤형’ ‘웰빙’ 등을 강조한 서비스 소비 욕구가 늘고 있다”며 “중국 내 각종 규제로 한국 기업은 여전히 제품 판매 위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 분야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류 콘텐츠, 전자상거래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관광, 물류 및 유통, 금융, 의료·헬스케어 등이 꼽힌다.

IT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기업인 아마존도 중국에서 음악과 동영상 서비스를 하지 못해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1.3%에 불과하다”며 “한국 IT 기업들이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체의 애프터서비스는 세계적 수준인데 중국에서는 각종 규제로 이를 제공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서비스 규제가 풀리면 제조업체들도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태훈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