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희 LG이노텍 LED연구소장(사진 LG이노텍)
정환희 LG이노텍 LED연구소장(사진 LG이노텍)
"설계에 따라서는 필터가 없는 제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정환희 LG이노텍 LED연구소장)

매달 정수기의 필터를 갈아주고, 공기청정기나 자동차의 시커먼 필터를 교체하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소모품이다보니 매번 돈이 들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LG이노텍이 새로 선보이는 기술을 십분 활용한다면 필터없는 기기들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LG이노텍이 27일 세계 최초로 선보인 살균 자외선 출력이 100밀리와트(mW)에 달하는 UV(ultraviolet rays, 자외선)-C LED 덕분이다. 이번 개발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세 자릿수 출력은 어렵다', '가능하더라도 2020년 이후에나' 등의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바꾸면서 LG이노텍이 발표에 나선 것이다.

UV-C LED는 다소 생소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UV(자외선) 살균기'는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공식당에서 컵을 살균하거나 욕실에서 칫솔살균기 등에 푸른 빛을 띄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엄밀히는 UV LED(발광다이오드)다.

UV LED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방출하는 광원이다. 파장에 따라 A, B, C가 있고 사용처도 각각 다르다. UV-A의 파장은 315~400나노미터(nm)로 반도체의 경화장치(굳게하는 장치)로 쓰인다. 파장 280~315nm의 UV-B는 바이오·의료용이며 200~280nm는 UV-C는 살균용으로 사용된다.

이 중 UV-C LED는 현재까지 상용화된 출력은 많아봤자 두 자릿수 정도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수기에는 2mW(밀리와트) 정도가 있고 그나마도 고여있는 물을 살균하는 정도였다.

이번에 LG이노텍이 내놓은 출력은 100mW로 50배에 달한다. 2014년 2mW였던 것을 2015년에는 10mW으로, 2016년에는 70mW에 이어 100mW까지 끌어올렸다. 그동안 출력이 '잽' 수준이었다면 이번 출력은 '핵펀치'쯤 되는 셈이다.

출력이 강하다보니 흐르는 물도, 공기도 살균할 수 있다. 화학물질 없이도 안심하고 살균과 청정이 가능하다. 그 힘의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체 검증으로는 필터가 없이도 살균과 정화가 가능하다고 하니 필터없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가 흰소리는 아니다.

특허도 문제없다. 정 소장은 "10여년 전부터 개발해왔고 관련 특허도 일찌감치 확보했다"며 "현재 다양한 가전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UV-C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됐다고 판단하고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제품을 개발하는 측에서 설계나 소재, 상용화 등의 과정은 남아 있다. 기술 우위가 시장 지배력을 일컫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좋은 구슬도 꿰어야 보배니 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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