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덕산그룹 회장(가운데)이 울산 본사 공장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솔더볼 접착성 소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가운데)이 울산 본사 공장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솔더볼 접착성 소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지난 20일 울산 북구 효문공단 내 덕산하이메탈. 연구소에서 직원 대여섯 명이 바쁘게 제품을 점검하고 있었다.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정은규 홍보과장은 “열심히 일하면 1년치 연봉을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다”며 “시간이 아까워 1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끊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덕산하이메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솔더볼을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반도체 업체에 공급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에 이르고 세계 시장에서는 일본 센주메탈에 이어 2위다. 1999년 창업 첫해 3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428억원으로 성장했다.

이준호 회장은 “끊임없는 인재 유치와 연구개발 투자가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연구개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파격적인 포상조건을 내걸고 있다. 개발 신제품이 시장에 진입한 뒤 6개월 동안 월평균 3억원 이상 매출을 내면 직접 기여 직원에게는 최고 3000만원, 간접 기여자에게는 2000만원을 포상한다.

신제품 출시 후 1년 이내에 매출 30억원을 달성한 직접 기여자에게는 최고 5000만원, 간접 기여자에게는 3000만원을 지원한다. 전 임직원에게도 최고 100만원씩 지급한다. 자녀 수와 관계없이 고등학교와 대학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셋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직원에게는 축하금 360만원을 준다.

울산 본사와 천안 덕산네오룩스 공장에서 일하는 전체 직원 300여 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만 100여 명이 넘는다. 지난 15년간 확보한 특허만 400여 건, 현재 출원 중인 것도 100건을 넘는다.

이 회장은 2008년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OLED TV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 주목했다. 빛을 내는 유기 물질에 전기를 전달하는 핵심 소재인 정공수송층(HTL)과 적색발광재료(Red host) 국산화에 100억원을 쏟아부었다.

매출 226억원 수준이던 당시 무모한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4년 말 덕산하이메탈 유기재료사업부를 인적분할해 덕산네오룩스를 출범시켰다.

한때 디스플레이 시장 가격 하락으로 성장 정체기를 맞았던 덕산네오룩스는 삼성전자 갤럭시S8 시리즈 등에 소재를 공급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핵심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향후 5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해 듀폰과 3M, 다우케미칼에 버금가는 글로벌 소재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사재를 출연해 공익재단 유하푸른재단을 설립하고 2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 8000만원을 전달했다.

그는 “미래 발전인자를 찾지 못하면 영광은 잠시일 뿐”이라며 “다양한 장학·교육사업과 벤처지원 육성 등을 통해 한국 제조업 성장에 기여할 첨단 연구인력을 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