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수석 하피스트 마리 피에르 랑글라메.
베를린필 수석 하피스트 마리 피에르 랑글라메.
“저를 비롯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자신의 음악적 성향과 개성을 최대한 살려 연주합니다. 악단 협주를 위한 가면을 쓰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이번 공연에서도 진부한 음악적 표현을 깨고 나와 하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겁니다.”

베를린필 수석 하프연주자인 마리 피에르 랑글라메(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동화-세헤라자데’ 공연을 열고 신비로운 하프 선율을 선사한다.

지난 19, 20일 베를린필 내한공연 무대에도 오른 랑글라메는 “나를 발탁해준 클라우디오 아바도 전 음악감독에게서 거의 모든 교향곡 레퍼토리와 연출적 감각을 배웠다”며 “사이먼 래틀 현 음악감독과도 많은 영감을 주고받으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1993년 베를린필의 하프 수석으로 임명됐다. 이후 24년간 이 악단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드레스덴 필하모닉, BBC 필하모닉 등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도 꾸준히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향과의 무대에선 아르헨티나 작곡가인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하프 협주곡’을 선보인다. 히나스테라는 ‘탱고 음악의 대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스승이다.

“이 곡이 쓰이기 전까지 하프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살롱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귀족 악기로만 여겨졌죠. 하지만 이 작품에선 강렬한 리듬감과 야성적인 느낌까지 담겼어요. 클래식 하프 역사를 바꿔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하프 연주가 익숙지 않은 국내 관객을 위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어떤 편견도 없이 즐겨주세요. 민속음악, 프랑스 인상주의, 탱고음악도 이 작품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베를린에 있는 카라얀음악원과 베를린예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저의 마지막 앨범이 곧 발매될 겁니다. 하프와 현악 4중주를 위한 작품으로 편곡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2, 13번 등이 수록돼 있어요. 제가 오랫동안 꿈꿔온 프로젝트라 많이 설렙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