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은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뒤 “국내 생명보험사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KB금융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KB금융을 자본금 35조원 규모에 걸맞게 연간 3조5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금융그룹으로 키운다는 포부도 내놨다. 이날 임시주총에선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제안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대표이사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KB금융, 적극적 M&A로 아시아 리딩뱅크 발돋움"
◆“KB금융 이익 아직도 적다”

KB금융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주총을 열어 윤 회장의 3년 연임을 확정했다. 윤 회장은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배밖에 안 된다는 것은 밥값도 못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에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는 돼야 주가를 PBR 1배 수준으로 평가한다”며 “자본금 35조원인 KB금융은 연간 순이익 3조5000억원은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과 관련해 “이익이 많이 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최근처럼 대손충당금이 적었던 적이 과거엔 없었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올라가고 기업과 가계가 어려워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대신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디지털금융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고 M&A 물건을 찾아보고 있다”며 “경쟁사에 비해 늦었지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국내 생명보험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회장은 “사회 양극화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금융회사와 국제기구의 화두”라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지원 등에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날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를 지주의 비상임 이사로 선임했다. 이날 임기 만료로 퇴임한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의 후임은 임명하지 않기로 했다. 윤 회장은 “지금까지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해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지적 때문에 지주 사장을 따로 임명했지만 행장이 선임돼 지주 사장을 임명할 필요성이 적어졌다”고 설명했다.

◆노조와의 갈등 이어질 수도

KB금융 주주들은 노조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대표이사 권한을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노동이사제의 경우 국민연금 등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총 찬성률은 17.73%에 그쳤다. 82%를 넘은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국민연금 등을 제외한 대다수 주주는 노동이사가 사외이사에 선임되면 노조 이익만 대변해 주주이익을 훼손할 것이라 염려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노조는 부결된 안건들을 내년 3월 정기주총에 다시 올릴 예정이어서 윤 회장 재임 2기에도 노조와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는 정관 변경안을 수정해 다시 제안할 예정이다. 대표이사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회 내 6개 소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의 의견을 반영해 회장의 자회사 대표 선임권 등은 보장하되, 사외이사 선임 등 경영 견제 기능 위원회 관여는 막겠다는 생각이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정관변경안에 대해 사외이사후보 추천 등으로 독립성이 확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