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직 3년이상 공무원 대상
이해상충 없는 업무에 한해 인정
노동·기업문화 바뀌는 일본
"업무시간 외 활동 제약 안한다"
민간기업도 직원 부업 허용 확산
정부는 '취업규칙'까지 개정나서
◆영리성 부업까지 허용한 지자체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나라현 이코마시는 내부 규정을 마련해 지난여름부터 공공성이 있는 단체에서 공무원이 부업하는 것을 허용했다. 재직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시 업무와 이해가 상충하지 않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부업으로 일하고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축구 코치, 어린이 대상 강의 등 부업 활동이 늘었다. 그동안 공익성이 강한 지역 활동에 참여한 공무원이 없지는 않았지만 모두 무료로 봉사해야만 했다. 효고현 고베시는 지난 4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한해 보수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은 법률에 따라 허가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기업에 근무하거나 사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례적으로 관련 규정을 마련하면서까지 부업을 적극 권장하고 나선 것은 해당 지역의 일손 부족이 매우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2015년 전국 통계조사에서 시·초·손(市町村: 일본의 지역행정 단위)의 80%가 5년 전에 비해 인구가 줄었다. 지역 축제나 행사를 담당할 인력을 찾기 힘들어지는 등 여러 영역에서 일손 부족이 심각해졌다.
현실적으로 공무원의 부업을 완전히 막기 힘들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일본 총무성 등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거의 매년 30여 명 이상의 지방공무원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부업·겸업 활동을 하다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일본 노동인구의 4%가량인 274만여 명의 지방공무원 인력을 활용해 일손 부족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부업 금지는 구식회사에서나”
통상 일본에선 본업과 동등한 수준의 다른 업무나 사업을 겸업, 본업에 비해 부차적인 일을 부업이라고 일컫는다. 부업과 겸업 허용의 물꼬는 민간 부문에서 먼저 텄다. 과거에는 부업을 두고 ‘본업에 충실치 못하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회사상과 업무관의 변화로 부업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정년 이후 삶을 대비하기 위해 부업을 마련하고자 하는 수요도 늘었다.
5년 단위로 하는 일본 총무성 취업구조기본조사에서 2012년 현재 부업 활동을 하는 인구가 23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파견회사 일본인재기구 조사에선 겸업·부업을 하고 싶다는 응답이 51.5%였다.
또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에 따르며 조사 대상 중 11.3%가 현재 부업이나 겸업을 하고 있으며, 19.8%가 과거에 부업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략 일본 경제활동 인구 3명 중 1명꼴로 부업을 접한 것이다. 주요 부업 형태는 다른 조직 근무, 상거래 및 온라인 거래 등이었다.
민간기업에서 부업을 용인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전직경력조사에서 응답 기업(1150개)의 23%가 겸업·부업을 추진하거나 용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소프트뱅크는 취업 규칙을 개정해 1만80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부업을 인정하는 방침을 세웠다. 도쿄의 정보기술(IT) 대형 기업인 TIS는 “직원의 업무시간 외 활동까지 제약하는 것은 구식회사로 인식돼 인재 확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4월부터 부업·겸직을 허용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사이보즈도 사기 진작을 위해 직원이 다른 IT기업에서 일하거나 카레음식점 경영, 농업, 테니스 강사 등으로 활동하는 것을 허락했다.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선 부업을 위해 새벽에 일찍 출근한 뒤 오후 5시에 조기퇴근하는 직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도 창업 및 기업 활동 활성화, 근무방식 개혁 등 ‘일하는 방식 개혁’을 위해 부업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기업용 표준 취업규칙에 있는 ‘허락 없이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비밀 유출 등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부업을 제한해선 안 된다”고 주요 기업에 공지하고 나섰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