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준이 발달된 사회에선 보기 힘든 기생충 문제가 오랜만에 뉴스로 등장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 사회도 기생충 문제에 대한 고심이 적지 않습니다. 바로 ‘사시미’나 ‘스시’ 등 생선을 날로 먹는 식문화 탓에 흔히 ‘고래회충’이라고도 불리는 ‘아니사키스(アニサキス)’ 라는 생선회충 공포가 사회에 적지 않게 퍼져있습니다. ‘아니사키스’라는 기생충은 새우류와 어류의 소화기관에 주로 서식한다고 합니다. 고등어와 참치, 연어, 오징어, 꽁치 등에 주로 기생하며 해산물이 죽으면 내장에서 근육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충은 길이가 2~3cm에 폭이 0.5~1㎜ 정도로 흰 실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람이 아니사키스가 포함된 생선 등을 잘못 섭취할 경우, 식중독과 심한 복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니사키스가 명치부분 등에 격렬한 통증을 일으키거나 복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선 ‘아니사키스 증’이라는 용어까지 있습니다.
올 5월에는 일본 유명 개그우먼인 와타나베 나오미씨 등이 아니사키스 중독에 따른 복통으로 긴급치료를 받는 사태가 발생해 일본 사회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구충제 등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고통이 큰 경우가 적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내시경 등으로 일일이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아니사키스에 의한 일본 내 식중독 피해사례가 2007년 6건에서 2016년 124건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10년 사이에 20배가 넘게 늘어난 것입니다. 후생노동성은 2013년부터 식중독 발생 통계에서 ‘아니사키스에 의한 식중독’ 집계를 따로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 감염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에 따르면 2005~2011년 기간 동안 33만 명분의 의료비 청구서를 분석해 추정한 결과, 연간 7000여건의 아니사키스 감염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일본 언론들은 최소 연간 1000건의 감염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로 해산물을 냉동 상태가 아닌 활어나 냉장 상태에서 구입해 날 것으로 섭취하다 발생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올 들어 아니사키스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날생선 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니사키스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생선가게 입장에서 만든 한 만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11만회 이상 리트윗되기도 했습니다. 후생 노동성은 가열과 냉동을 아니사키스 퇴치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70도 이상에서 가열하거나 영하 20도 이하에서 24시간 이상 냉동할 경우, 기생충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초나 간장에 절이는 식으로는 아니사키스 퇴치가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참고로 미국에선 감염 위험이 높은 생선류의 경우, 영하35도 이하에서 15시간 이상 또는 영하 20도 이하에서 7일 이상 냉동을 권고하고 있고, 유럽연합(EU)에선 영하 35도에서 15시간 또는 영하 20도에서 24시간 이상 냉동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신선한 생선을 선택해 신속하게 내장을 제거할 것 △내장을 생으로 먹지 않을 것 △육안으로 생선살을 확인해 제거할 것 등을 대처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선을 다루는 도마와 칼 등도 내장용과 생선살용으로 나눠 쓸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던 절대빈곤국이건 기생충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생충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다면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겠지요. 기생충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