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손정의 회장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큰손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IT산업 부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사우디 IT 인프라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CNN방송은 15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가 ‘사우디판 구글’을 만들기 위해 자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IT 기업인에게 문턱을 낮췄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외국인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할 때 인허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라이선스’를 마련했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이 인증서를 취득하면 교통·주거·사무실 임차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운영하는 미스크재단의 연례 포럼에서 11명에게 인증서를 수여했다. 이들은 정부 인증서를 바탕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미스크재단이 조성한 1000만달러(약 110억원)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산 알술레이만 사우디 중소기업청장은 “투자 기업 중 하나 이상이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들 기업은 사우디의 애플, 아마존, 구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운영하는 1000억달러 규모 기술펀드인 비전펀드도 사우디 투자를 본격화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프트뱅크가 3~4년 동안 최대 250억달러(약 28조원)를 사우디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전체 투자액 중 최대 150억달러가 빈살만 왕세자의 초대형 미래도시 프로젝트인 네옴(NEOM)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신재생 및 태양광에너지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사우디전력공사에 10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는 비전펀드에 450억달러(약 49조7000억원) 출자를 약속하며 세계 IT 투자에 나섰지만 정작 자국에는 눈에 띄는 투자를 하지 못했다.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청사진 ‘비전 2030’을 계획한 빈살만 왕세자로서는 자국에 다양한 분야의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