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대북대화 먼저 제안하면 김정은, 비핵화에 협조 안할 것
압박 끝에 북한이 대화 제의해야
'예측불가' 트럼프와 친분 중요…문재인 대통령과 철학 달라 우려"
테리 선임연구원은 2001년부터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담당 분석관으로 일한 ‘북한통’이다. 2008~2009년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보좌관과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관으로 일했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 전 CSIS 한국석좌를 대신해 지난 6일부터 한국석좌역을 대행하고 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한 데 대해 “지금 시점에서 대화 카드를 꺼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한이 (대북 압박 끝에) 먼저 대화를 제의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 제의를 받는 식이라면 그들이 비핵화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마지막 단계(핵 보유)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히 북한이 핵을 방어 목적으로만 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는 점에서 이전 행정부와 다르다”며 “핵을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외교적 균열을 초래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비난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가운데 연설문에서 한·미 공조를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을 완성한 뒤 한국이 자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옵션”이라며 “미국을 압박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한국이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에서 한국이 거둔 성과에 대해선 “한·중·일 3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었다”며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에 관한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피하면서도 북한 인권과 통일에 대한 언급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가 참고할 만한 팁도 줬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때문에 그와의 친분이 중요한 외교적 변수로 떠올랐다”며 “이번 순방에서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이 달라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