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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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인한 사망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보험사에서 지급받는 암 보험금으로 치료비를 충당하기엔 태부족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간암과 폐암, 췌장암처럼 발병률이 높은 암은 보험금과 실제 부담금이 1억원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개발원과 한국경제신문이 16일 국립암센터와 통계청 자료 등을 분석해 한국인에게 자주 발병하는 암 23종의 평균 진단보험금과 해당 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금을 비교한 결과다. 사회경제적 부담금이란 박종혁 충북대 의대 교수가 만든 용어로, 진료비에다 교통비와 간병비, 입원비, 직업 상실에 따른 경제적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1년간 암 치료비 총액을 가리킨다. 이번 분석은 집계 가능한 가장 최근 연도인 2009년 수치를 토대로 이뤄졌다.

간암, 보험금 받아도 2500만원 더 필요

통계청이 한국 사람들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위가 암으로, 42.5%를 차지했다. 암 중에선 폐암, 간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이 암 대부분은 평균 진단보험금보다 실제 들어가는 사회경제적 부담금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진단보험금과 사회경제적 부담금 차이가 가장 큰 암은 췌장암이었다. 췌장암의 평균 진단보험금은 2014만원인 반면, 사회경제적 부담금은 6200만원으로 조사됐다. 사회경제적 부담금은 1년 기준이지만 암 환자가 치료받는 기간이 최소 3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치료비는 1억8600만원에 이른다. 총 치료비와 보험금의 차이는 1억6000만원을 웃돈다.

간암의 진단보험금도 2249만원이었지만 사회경제적 부담금은 5800만원으로 나타났다. 폐암도 2115만원가량인 진단보험금보다 사회경제적 부담금이 2400만원가량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완치 기간 감안하면 비용 더 들어

보험사가 내주는 암 진단보험금이 사회경제적 부담금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은 사회경제적 부담금이 각각 1700만원과 1500만원이었지만 진단보험금은 3000만원 안팎이었다. 고환암과 자궁내막암도 진단보험금이 1100만원에서 1400만원가량 많았다.

다만 암 종류별 사회경제적 부담금이 2009년 기준으로 작성된 만큼 2017년까지 민간 보험사들의 보험금액이 커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민간 보험사의 보험금액은 평균 200만~30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건강보험이 부담해주는 치료비 보장률도 전체 사회경제적 부담금의 20% 수준에 머물렀다. 박 교수는 “사회경제적 부담금은 연간 기준으로 산출한 반면 암이 완치되기까지는 짧게 잡아도 3년은 걸리기 때문에 전체 사회경제적 부담금은 더 커질 것”이라며 “물가 상승에 따라 간병비와 교통비 등이 지속적으로 오른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활비 주는 암보험, 보험료 비싸

여기에다 국민들은 암에 걸렸을 때 들어가는 치료비를 실제 금액보다 적게 추정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벌인 ‘은퇴시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준비자들은 암 치료비가 2412만원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간병비와 입원비 등은 제외한 금액이다. 장유진 보험개발원 수석담당역은 “한국인들의 암보험 가입률은 40% 수준”이라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엔 부담금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암에 걸렸을 때 치료비 외에 들어가는 간병비 등과 직장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는 경우까지 감안해 생활비를 주는 암보험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생활비를 주는 암보험은 일반 암보험보다 월 납입 보험료가 30~40% 비싸다”며 “자신의 가족력 등을 고려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