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학부모 패닉…"평정심 유지" 당부

김상곤 부총리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수능을 예정일보다 한 주 뒤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 사진=교육부 제공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포항 지진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갖고 16일로 예정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주 뒤인 23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수능 예비소집일인 이날 오후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 여파다. 교육부는 상황 점검 결과 안전상 문제를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수능이 연기되는 것은 1994학년도 수능 시행 이래 이번이 최초다.

김 부총리는 “포항 지역 수능 시험장 점검 결과 균열 발생 등 피해가 있었고 행정안전부가 수능 연기를 요청했다”며 “학생 안전과 시험 시행 및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을 한 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진과 같은 재난재해로 대입 시험이 연기되는 것은 초유의 사태다. 지난 1992학년도 후기 대입 학력고사를 앞두고 문제지 유출로 시험을 연기했던 적은 있으나 수능 도입 후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강진이 발생한 뒤 여진이 이어지자 ‘재난 대처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등 준비를 갖췄지만 수능은 정상적으로 치렀다.

일선 학교와 수험생, 학부모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오늘 예비소집일에 고사장 확인까지 하고 수면시간 등 최종 컨디션을 수능에 맞춰놓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연기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영남권 고교 교사도 “학생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다만 수험생 안전과 형평을 위해서는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더 큰 문제는 보안이다. 수능이 16일로 예정된 만큼 시험지와 답안지는 이미 각 시·도교육청에 배부됐다. 수능 일정이 한 주 뒤로 미뤄지면서 시험지 유출 우려 등이 커지게 됐다. 수도권 소재 한 고교 교사는 “지역 교육청에 시험지가 들어가 있다. 한 주간 보안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게 큰 문제”라고 귀띔했다.

학원가도 일정을 전면 조정했다. 입시학원들은 수능 직후 열 예정이었던 입학설명회를 모두 취소하고 자습실 운영 등 수험생들이 정상적으로 수능 준비할 수 있게끔 할 방침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이후에 잡혀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당장 내일부터 수험생들이 학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평정심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어렵겠지만 수능 연기가 아니라 원래 다음 주에 수능을 치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흔들림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 연기가 급하게 결정됨에 따라 당초 16일 수능에 휴업 예정이었던 학교는 그대로 휴업하기로 했다. 10시 등교 예정이던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장 재량으로 고교 1~2학년 휴업 또는 등교하는 학교도 변동 없이 진행한다. 수능을 치를 예정이던 3학년 학생은 각 학교 1~2학년 기준에 맞춰 휴업 또는 등교하면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밤 이 같은 방침을 서울지역 교원과 학생, 학부모에게 문자 메시지로 긴급 통보했다.

교육 당국은 기존에 차관을 반장으로 운영하던 수능 비상대책위원위를 부총리로 격상해 수능 연기에 따른 종합 대책을 조속히 수립·시행키로 했다. 김 부총리는 “시험장 학교 안전 점검을 집중 실시하고 대체 시험장을 확보할 것”이라며 “대학들과도 협의를 통해 대입 전형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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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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